78. 3박 5일 2화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꿈 꾸던 열대의 일출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출구 반대편으로 나가봤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골프보다 이런 색다른 풍경을 보려고 태국까지 온 것이다.
지붕만 덮은 기다랗고 낡은 카트를 타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했다. 이른 아침이라 스치는 바람이 선뜩했다. 전부 우리나라 사람들이었고 음식도 맛있는 한식이었다. 여행 오기 전 누군가가 고추장이나 김치 볶음을 준비한다고 했다. 회장이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풀풀 날리는 밥만 맛없고 국과 반찬들은 기막히게 맛있었다.
썬라이즈라군cc 클럽하우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얽히고설킨 나무 둥치
나와 짝꿍 박짱 부부와 한 조가 되어 두 명씩 카트를 탔다. 사진 찍는 것으로 기약 없이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랬다.
작게 보이는 사람들. 도대체 저들은 얼마나 일찍 왔기에 벌써 저기까지 갔을까?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첫 홀에서 드라이버를 쳤다. 셋의 공은 안 보일 만큼 시원하게 멀리멀리 날아갔다. 내 공은 연습 때 100미터씩은 나가더니 코앞에 톡 떨어졌다. 30 미터도 안 나간 것이다. 필드 경험 부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가꾸지 않은 곳은
우리나라 시골 강가의 밭둑과 똑같다.
공이 야자수 뒤로 숨었다.
골프 실력이 형편없어도 행복 또 행복했다.
한낮은 30도가 넘어 더워서 어쩌나 걱정했는데 계속 카트를 타고 다니니까 괜찮았다. 태국의 겨울은 10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로 북동 계절풍이 불어 시원하고 건조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늘에만 있으면 뽀송하고 시원한 거라고. 그렇기에 지치지 않고 오전과 오후 36홀을 돌 수 있는 것이었다.
오후가 되자 여기저기서 스프링 쿨러를 작동시켜 물을 뿌렸다. 멀리서 보면 꼭 분수쇼 하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1층 로비에 모여 다음 날은 30분 당겨 6시에 모이기로 했다. 커다란 유리창 밖에 작은 생명체들이 부지런히 오갔다. 무엇일까? 다가가니까 쏜살같이 달아났다.
도마뱀이었다. 확대 또 확대한 모습.
밤 9시에서 11시까지 마사지를 받기로 점심에 예약했다. 고맙게도 방으로 직접 마사지사가 온다고 했다. 잠들까 봐 짝꿍과 계속 수다 떨며 마사지를 받았다. 전신 마사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허리와 목만은 계속 받고 싶을 정도로 시원했다. 나와 짝꿍은 전날 설친 잠까지 합쳐 꿀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