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2025년 10월 28일 오전 7시 7분
웅포 cc 3홀에서 마주한 아침.
4시에 일어나 집에서 5시 10분 출발했다.
글 쓰다 보면 3~4시 취침이 다반사다. 그런 내가 4시에 일어나다니!
지독하게 깜깜한 도로를 달렸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까 이 어려움과 두려움을 감내하지 누가 시켰으면 죽어도 못한다고 했을 것이다.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모처럼 손 교수님을 만났다. 얼마나 반갑던지!
7시 17분 금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강 건너가 서천 신성리 갈대밭.
카트가 달리면 악귀 같은 찬바람이 불어닥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9시 35분 선물처럼 퍼지는 따스한 햇살
회장 부부와 짝꿍이 친 공이 창공을 가르며 멀리멀리 날아갔다,
속이 뻥! 뚫리며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골프 실력이 젬병이라
땅 파고 소만 몰아도 지극히 행복했다.
아름답고 드넓은 잔디밭을 마음껏 걸을 수 있으므로.
웅포 CC 외관
좋아하는 이들과 끊임없이 호호하하 웃다 보니 어느새 18홀을 다 돌았다. 언제나 9홀이 적당했었는데 벌써 끝이야 하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웅포 CC 내부
웅포면 금강 둑길
폭이 넓어 한 컷에 담을 수 없어 파노라마 기법으로 찍었다. 그랬어도 70% 부족하다. 역시 자연은 감정이 듬뿍 담긴 사람 눈으로 봐야 제대로 감상이 된다.
회장이 이번 라운딩을 웅포 CC에서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남편과 자주 드리이브 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출이 어려운 남편. 혼자 보면 굉장히 슬플 줄 알았는데 뜻밖으로 별 감정 없이 아름답기만 했다.
곰개나루 용왕사 누각
누각 아래 데크에서 본 금강
약속한 식당으로 가서 일행과 만났다.
아침을 굶어서 배가 몹시 고팠다.
시장이 반찬?
아니면 뛰어난 찬모 솜씨?
점심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익산시 용안 바람개비길
오후에는 강의가 있거나 예약 고객이 있어 우리 모임은 언제나 첫 라운딩을 할 수밖에 없다.
백수인 나는 천천히 남편과 들렀던 바람개비길을 찾았다.
용안 생태습지 갈대숲
황산대교 밑에서 본 금강
금강 둑을 따라 강경까지 왔다.
황산대교 밑에 차를 세웠다.
남편과 걷던 길에 서서 기원했다.
얼른 회복해서 이곳에 같이 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