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학교가 방학했다. 아이들이 방학을 기다리듯 교사도 방학은 환영이다. 한 학기동안 수업진도, 시험문제, 학부모 상담, 생활지도, 생기부, 연수, 또 줄어들지 않는 행정업무 등 갖가지 일을 하며 지쳐가던 교사에게 3-4주라는 여름방학은 그야말로 힐링하고 원기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교사들은 그럼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글쎄. 이건 교사들마다 환경이나 성향이 워낙 가지각색이니 꼭 무엇이다 정확히 결론 내릴수는 없다. 주로는 교사 본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 세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젊거나 아직 싱글인 분들은 학기중에는 특별히 가지 못했던 여행을 함께 가는 경우가 많고, 자녀를 키우는 분들은 가정에서 육아에 좀 더 집중을 하고 1-2번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한편 배움에 대한 열의나 자신의 커리어에 욕심 있는 분들은 계절학기 등 대학원을 다니거나 자신의 연수, 교육에 더욱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방학을 어떻게 계획 잡든 알차게 보내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방학을 어떤식으로 보내든 알차고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 몸에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있다. 교감 신경이 깨어 있는 의식 상태로 몸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열심히 일에 집중하는 모드라면 부교감 신경은 누워있는 상태로 몸을 느슨하게 하고 적절히 휴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교사인 나도 교감 신경보다는 부교감 신경이 갈수록 점점비중을 차지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교사인 나도 학생과 비슷하다.
아이들은 처음 방학이 시작되면 거창한 계획들을 세운다. 그동안 못하거나 미뤄 놨던 일들을 이것저것 해 봐야지. 책도 읽고 공부도 해야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도 좀 빼야지. 그렇게 좀 더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서 개학을 맞이해야지. 저마다 이런 다짐들을 세운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실제 이렇게 세운 목표들은 거의 대부분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건 교사인 나도 마찬가지다.느슨해진 스케줄 속에 몸도 마음도 느슨해지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니 점점 귀찮아지고 게을러지고 종국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개학이 다가오면 그동안 뭐했나 부랴부랴 지난날을 되짚어보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방학중에도 교감신경활성화는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좀 더 의미있는 시간으로 보내려면 방학 중에도 교감 신경 활성화는 필요하다.사람이 보다 가치있는 생산 활동을 하기 위해선집중을 해야 하고 의욕적인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몸에 긴장상태를 불어넣는 교감신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방학 중에도 아침 수영을 간다.
새벽에는 찌뿌둥한 몸 상태로 한숨 더 자고 싶다. 특히 이후에 딱히 일정이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럴때 나는 수영장을 간다. 아침 6시. 꾸준히 수영장에 가서 차가운 물을 접하고 열심히 팔을 휘젓다 보면 숨이 가빠지고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고 몸에 활력이 생긴다.특히 숨이 턱까지 차오르거나 한계에 도달하여 전신에 힘이 빠진 상태가 되면 포기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하지만 그럴때 나는 한발짝 두발짝 심지어 한바퀴 더 전진하며 내 의지를 다지고 내 몸상태를 업그레이드한다.
이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다시 한번 극복했다는 의지를 갖고 밝아진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생긴 활력과 집중력은 반나절은 작동한다. 따라서독서나 공부, 집안일을 오후까지는 보다 능률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재충전 해야 하는 방학을 매일 그렇게 보내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 몸에는 어느정도 밸런스가 맞춰져야 늘 건강한 상태가 유지된다. 늘 긴장상태로 쉼없이 자극을 주다가는 몸이 망가진다'그래서쉴때는 쉬는 전략. 부교감 신경 모드도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서 확보해 두어야 한다.
교사에게 방학은 여유롭다.하지만 그 여유로운 방학을 누구는 의미있게 보내고 누구는 무의미하게 보낸다.좀 더 의미있는 방학을 위해선, 우리 몸 속의 교감신경 스위치를 자주 이용해 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