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가 오나요?

by 영리한 호구

영종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무의도에 들어가서 해변 데크를 따라 걷는데 멋진 바위들이 보이더군요. 사자바위, 망부석.. 각자 이름까지 붙은 바위들 이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썰물 때라 바닥까지 드러나 있더군요. 다들 아시다시피 밑부분에는 따개비와 이름 모를 물풀들이 달라붙어 자라고 있습니다. 밀물로 물이 들어와 있을 때는 밑 부분의 따개비는 보이지 않고 위의 멋진 부분만 보이지만 썰물이 되어 물이 빠져나가고 바닥이 보이게 되면 비로소 그 따개비와 물풀이 보이기 시작하죠.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면 또는 같이 살게 되면 권태기라는 것을 맞이하게 됩니다. 왠지 상대방이 싫어지고 조금은 멀어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그리고는 서로에게 말합니다. "너 처음이랑 달라. 너무 변했어."라고 말이죠. 정말로 그 사람이 변한 걸까요?



앞서 말했듯이 밀물로 물이 들어차 있을때는 멋진 모습만 보여주던 바위도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고 나면 만지면 상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뾰족하고 위험한 따개비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럼 밀물때와 썰물때의 그 바위가 변한 걸까요? 아니죠. 그 바위는 그대로이지만 바닷물이 그것을 가려주느냐 가려주지 못하느냐의 차이입니다. 그 바위 자체는 변한것이 없죠.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같이 보낸 시간이 별로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멋진 모습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못난 부분들을 숨길 수 있는 에너지가 있고, 그 에너지로 잘 준비된 상태로 상대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다시말해 밀물때의 모습으로 상대를 만나는 겁니다. 자신의 부족한 모습은 잘 숨기고 말이죠.



하지만 바다에도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죠. 우리의 에너지가 충만해서 부족함을 잘 숨길 수 있는 때가 있는가 하면 에너지가 고갈 되어서 도저히 부족함을 숨기지 못하고 못난 부분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같이 만나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이런 인생의 썰물 때에 걸릴 확률이 생기겠죠. 그리고 숨기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 모습은 상대가 보기에 예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고 그 모습을 보고 실망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당사자는 그것이 원래 자기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왜 상대가 갑자기 실망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억울해하죠. '나는 똑같은데 왜 쟤는 나를 변했다고 하지..?' 이건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관계를 맺는 양쪽 모두 같은 과정을 겪게 되죠.



이럴 때 생각해야 할 것이 뭘까요? 쟤는 변했으니까 이제 상종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일까요? 아닐껍니다. 저 사람은 그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줘 왔어요. 하지만 나에게 부족한 점을 보여줬죠. 그것 자체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 나와의 관계가 더 깊다는 생각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데 나한테는 그렇지 않다? 이런 생각 보다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이 사람의 모습을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생의 썰물 때의 모습을 서로가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 상대에게 나에대해 숨길 필요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같이 있어도 그냥 편안한 사이가 되어 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서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해 더 알고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은 당연히 동반되어야 겠지요.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겁니다. 썰물에도 정도가 있거든요. 초반엔 물이 조금만 빠지다가 언제는 물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있죠. 조금 적응되었다 하면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그리고 또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고 나서 상대가 나의 부족한 점 까지 알고 내가 상대의 부족한 점까지 알게 된다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친구는 정말로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다툼, 아픔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절대 진정한 친구는 많이 만들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있다면 내 인생에 소중한 선물이 되어 줄 겁니다. 그러니 그런 과정에 있는 친구나 애인, 부부가 있다면 꼭 포기하지 말고,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내가 보는 부족함이 원래 저 사람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맞춰가며 인생의 소중한 선물을 얻어내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KakaoTalk_20221003_21304292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