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꿈과 무의식
나는 올해 예순일곱 살, 브런치에 소설을 연재한 지 두 달째 되는 초보 작가다.
은행원, 기자, 노점상을 거쳐 다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사흘 전, 그간 써온 장편소설 《도바 위에 뜬 별》을
브런치스토리 출판 프로젝트에 투고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 이상한 꿈을 꾸었다.
아내가 영화 초대장 두 장을 내게 주었다.
나는 그중 한 장을 제자에게 주려 했는데,
아이들이 둘이라 제비를 뽑게 했다.
공평함을 지키려는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혹시 이 초대장이 아내와 관련된 다른 남자가 준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스쳤다.
꿈속의 의심은 어쩌면
내 글에 대한 스스로의 불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아이들과 함께 복합건물 안으로 들어가
학생 세 형제가 사는 집을 보았다.
세 명의 아이가 큰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세 아이는
이상과 현실, 그리고 과거의 나 —
내 안의 세 자아였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나는 밤바람을 뚫고 집으로 달리고 있었다.
무릎이 버텨줄까 걱정했지만,
25년 만에 달리는 몸이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 돌아가신 어머니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평상 위에는 전날 밤 켜둔 양초가
밤새 타서 밑동만 남아 있었다.
그 불을 끄며 아까워했던 그 순간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게 남았다.
꿈을 깨고 난 뒤, 평소 연락 없던 선배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요즘 글 안 올라오네. 너무 재밌는데, 빨리 보내라.”
그 한마디가 마치 꿈속 양초의 잔불처럼
다시 내 안의 불씨를 살려냈다.
나는 그 꿈이 단순한 심상이나 피로의 산물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꿈의 의미를 물었다.
AI는 이렇게 말했다.
“초대장은 당신의 창작, 달리기는 당신의 회복,
양초의 불은 당신 안의 생명력입니다.
꺼지지 않은 그 불빛은 아직 당신이 써야 할 이야기의 증거입니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쩌면 이 나이에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무의식 속에서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나 자신의 초대장’을 받은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내 영혼의 글쓰기 책상 위에는 어젯밤의 양초가 놓여 있다.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의 양초이지만 글 쓸때만 아껴가며 사용한다면 내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시간동안.이 양초는 어둠을 밝혀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