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런 모습은 막내가 초등생이 되면 다시는 못 볼 장면이 될 것 같아 가끔 서운한 마음도 든다
총 6개의 알록달록한 장난감 상자가 거실 한가운데 차지하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오늘은 너희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정리할 거야 박스에 있는 장난감을 정리할 때 생각할 점은
1번 먼저 자신의 것만 신경 써서 하기 언니 동생 꺼는 신경 쓰지 않기(오지랍이 넒은아이들이라)
2번 버릴 장난감, 가지고 놀 장난감, 그리고 내 거지만 깨끗하고 망가지지 않아서 동생한테 줄 수 있는 것
3번 장난감 중 아빠랑 엄마 꺼
이렇게 3가지로 나누는 거야 여기 바구니랑 봉지에 넣으면 돼 알았지? "
라고 설명을 해주고 시작과 동시에 아이 셋은 상자 뚜껑을 열고 쇼핑하듯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6살의 막내의 "엄마" 소리는 100번도 들은 것 같고, 셋이서 서로 자기 꺼라며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이거 너 가지고 놀래?" "언니 이거 나 가져도 돼?" "아 그건 내 거야 언니 거라고"
역시 여자 아이들이라 조잘조잘 움직이는 손보다 더 바쁜 건 입이었다. 말로 정리하고 있고, 분류는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신중히 버릴 것과 사용할 것 나눠줄 것을 각각 넣어야 한다고 다시금 설명해주니 하나씩 쌓여가는 비닐들 여전히 입은 바쁜 아이들이다.
정리하며 함께 사용하는 장난감들은 하나하나
큰아이의 주도로 "이거 가지고 놀 사람 손들어!"
그러면서 단 3명이지만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서 분류를 하고, 같은 장난감이 여러 개면 한 개만 남기고 버리자고 의논하기도 하고, 6살 막내를 기준으로 6세 이하가 가지고 놀아야 할 장난감은 과감히 버리는 생각까지
세 아이의 첫 프로젝트 장난감 미니멀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개가 있는 소꿉놀이 장난감은 깨끗한 한 개만 남기고 정리하며 다수결로 정하는 아이들
딸이 셋이랍니다
세명을 낳지 않았다면 나 역시 절대 겪어볼 수 없는 일들이다. 원래 자녀계획은 4명이었는데, 그건 첫 출산을 겪지 않은 상황에서 철없이 했던 계획이었고 사실상 아이 둘로 가족계획은 마감하려 했었다. 뜻하지 않게 막내 천사가 찾아와 주었고, 임신과 출산은 너무 힘들었던 셋째지만 그 몇 배 이상의 것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해주고 있는 게 셋째 딸이다. 이렇게 딸이 셋이 되면서 부모로서 어쩌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할 경험들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시나브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 스며든 미니멀 라이프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미니멀 조기교육이 되고 있고, 인성교육 다음으로 중요한 조기교육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 지금 배운 것들이 고스란히 라이프 스타일에 적용되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삶은 모든 부분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정리정돈의 효과
-아이 어린이집 부모교육 중 기억나는 일화- 공부를 잘하는 아이 둘이 있었는데, A라는 아이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늘 항상 일정하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고, 또 다른 아이 B 역시 공부를 잘하지만 A라는 아이보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는 아는 사이였고, B라는 아이의 엄마가 A라는 아이의 집에 가게 되었는데 A의 방에 들어가 '도대체 무슨 책으로 공부를 하길래 늘 그렇게 잘할 수 있지?' 라며 A의 방을 살펴보는데 특별히 다른 문제집 혹은 처음 보는 책들은 아이 었다고 한다. 근데 A와 B의 다른 점이 딱 한 가지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A의 방과 책상, 책 등의 정리 상태였다고 한다. 분류가 되어있는 문제집과, 책, 어질러져 있지 않은 방이었다고 한다.
물론 일화이긴 하지만 내겐 설득력이 있게 다가왔다. 정신없는 책상과 분류되지 않은 책들 사이에서
아이의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찾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라 한참을 찾다 보면 이미 아이는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책과 연필 등 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는 시간은 단 1초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리가 되어있고 늘 제자리에 있는 책들과 필기구가 필수이다 아이들의 장난감 정리는 이런 정리 습관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
정리정돈은 어느 날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습관이 아니다 이것 또한 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오랜 작업이기 때문에 난 그 시간의 투자를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중이다. 먼 훗날 아이들이 나의 잔소리가 아니라도 습관처럼 정리하는 그날까지 말이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일화처럼 전교 1등을 바라지는 않는다. 스스로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 바랄 뿐이다.
마무리까지 스스로
분류가 다 끝난 뒤 마무리 역시 아이들 스스로
분류가 된 봉지와 바구니를 들여다 보고 다시 한번 쓸 것인지 버릴 것인지 확실히 정하고 정해진 장난감은 버리기로 했다. 아이 셋이 썼던 장난감이라 다른 곳에 기부하기에는 좀 망가지고 더러운 것들이 많아 일반쓰레기로 버리기로 했다. 저 버려지는 장난감 중 우리 부부가 사준 것은 많이 없다. 다른 집으로부터 물려받은 거나 일가친척들에게서 선물 받은 것 크리스마스 선물 등으로 받은 게 80% 이상이며 간혹 재활용에 버려진 멀쩡한 장난감을 내가 종종 주워 온 것도 있다. 이젠 장난감이 필요한 나이를 지나가고 있고 장난감보다는 생활용품으로 노는 게 일상이라 아이 셋과 더 이상의 장난감은 사지 않기로 약속했다
총 6개의 장난감 박스 중 4박스가 정리되고 나머지 두 박스는 자석 블록과 소꿉놀이 장난감으로 채워졌다
장난감 박스로 가득 차 있던 뒷베란다 이젠 아이들이 눕기도 앉기도 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의 베란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