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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n 25. 2021

아이에게 버림 말고 나눔 가르쳐주기

미니멀 육아

한창 미니멀 라이프를 흥에 겨워할 때 아이들에게는 어떤 것도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냥 책상 정리할 것을 이야기했을 뿐

비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히 한적은 없었다. 사실 아무도 모르게 첩보작전처럼  아이들의 자그마한 종이부터 만들기 플라스틱 장난감 등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고 있을 시기였다.

쥐도 새도 모르게 비움은  리아와 루나에게는 정말 안성 맞춤 방법이었다

둘 다 은근 내향적인 아이들이라서 눈앞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큰 실망감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한 서린 울음을 내뱉는 행동은 하지 않았고, 장난감이 안 놀아줘서 외로움과 슬픔을 견디다 못해 숨어 버렸나 봐 어쩌지 라며 아이의 감수성과 측은지심을 인위적으로 자극해 잘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엄마들은 한번즘 다 이런 적 있지 않았을까? 나 혼자만의 경험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육아 멘토들의 강연을 들었고 그중 아이들에게 있어 어린이집이나 집에서 만든 어른이 보면 절대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서 부모가 임의로 버리거나 없애지 않기를 당부했다.

아 그렇구나  몰래일지라도 내 마음대로 버리면 안 되는구나.

그 이유는 어른들이 보이게는 아무것도 아니고 엉망일 지라도 직접 만든 결과물에 대해서 아이들의 자존감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 뒤로는 몰래 버리는 물건들의 리스트가 달라졌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발명하는 아이들이 만들다 아무렇게나 놔둔 종이조각이나 지우개 가루 등 부산물들로 한정시켰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정말 아닌 것 같은 물건들은 지켜보고 있다가 아이 에기 넌지시 물음표를 던져본다

"이거 어때? 라온이가 잘 가지고  놀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면 아이는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그 결정이 서랍이거나 책상 위거나 아님 쓰레기통이거나 그 어느 곳이든 아이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해준다. 대부분 비움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그 비움은 쓰레기통보다는 나눔으로 유도하려 한다


내가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선택 후 예전 글에 있던 쓴맛 체험에서 가장 안 좋은 결정은  버리는 거였다.

나눔도 기부도 아닌 버림이다. 말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 그 결정이 가장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다.


버리는 것과 나눔 하는 것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쓰던 물건이 쓰레기통으로 간다면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동안에도 쓰레기 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쓰임을 다해 더 이상의 사용가치가 없어서 생명의 시간을 끝내는 물건이라면 뿌듯하지만

분명 쓰임을 더 할 수 있는데 숨 쉬고 있는 걸 더러운 곳에다 처박아 버리는 것은 내가 사용하면서도  쓰다가 그냥 버려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쉬운 물건인 것이다


나의 이 쓴 경험을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숨 쉬는 생명으로 태어나든. 유형의 사소한 물건으로 태어나든  그 모든 것들은 쓰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비움을 나눔으로 가르쳐 주려 한다


우리 집에서 수명을 다한 물건이 아닌 사용가치가 없어진 물건은 무조건 나눔부터 생각해본다

특히 아이들의 장난감은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쓰임은 다할 수 있다 그런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비움의 선택권을 주다 보니


이젠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은 비워야겠다며 꺼내온다

그리고 내게 이야기한다

'엄마 이건 이제 제가 안 가지고 노니깐 동생들이나 다른 친구들 줄 거예요'

6살 막내딸의 실제 멘트였다

그리고 그 장난감 박스는 현관 앞에 일주일 이상 놔두었다

현관 앞을 오며 가며 노란색 장난감 박스가 너무 거슬렸지만

아이가 한 번이라도 저 상자를 열어 가지고 놀려고 한다면 비움을 잠시 미루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다




아이는 단 한 번도 저 상자에 눈길을 주지 않았고 열어보지 않았다

정말 멀쩡한 블록은  아이의 말대로 어린 동생이 있는 어느 집으로 나눔 되어 보내졌다


아이의 장난감 비움 과정에서 또 하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아이는 비움도 나눔도 어떤 것인지 정확한 경계선이 없는 상태이다.

엄마가 그저

'이건 라온이 보다 어린 동생들이 쓸 수 있게 나눠주자'

라고 이야기하니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철칙은 나눔이든 비움이든 우리 집에서 나간 물건에 대해서는 다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세 딸은 그 점을 분명히 안다. 그래서 큰아이와 둘째는 비울 때 신중하게 고민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런 과정일 거친다면 내가 선택하는 물건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언제까지 함께 할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물건의 가치가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습관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버리는 것부터가 아닌 나누는 것부터 가르쳐야 되는 이유 그건 삶의 방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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