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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May 31. 2021

나의 고민은 반가운 신호다

미니멀라이프, 소비욕을 제어하고 있다는 증거




여름이 바짝 다가오는 6월, 아마 지금쯤 여름 대비 옷들을 샀을 법한 시기인데, 난 지금 우리 가족들의 옷을 구매하지 않고 있다. 어쩐 일인지 옷을 사는 일에 흥미가 없어졌다. 그냥 자연스럽게 식욕이 없어지듯 구매욕이 사라진 것이다. 


다음 계절을 준비


4월 초 가족들 여름옷을 차례차례 꺼내어 정리하며,

((여기서 주의사항 절대 온 가족 옷을 다 꺼내어 정리한다고 큰 맘먹지 않기 ))

겨울 옷들과 여름옷들 중 작아진 옷들, 변색된 옷들 분류하고,기부할 것과 나눔할 것 그리고 중고로 판매할 것을 나누었다 대부분이 기부와 나눔으로 비워지는 경우가 많고 판매는 의류보다는 신발이나 악세사리 위주이다


거의 비슷한 사이즈를 입고 있는 첫째와, 둘째는 이미 이사 오기 전  지인들에게 잔뜩 얻어둔 옷들이 많아 바지는 넉넉하였고, 여름 상의는 작아진 옷들과. 땀과 이염된 옷들이 제법 되었고, 외출복으로 입기에는 후줄근해진 옷들도 많았다. 그리고  6살 셋째는  성장의 폭이 크다 보니 여름옷 같은 경우엔 한 계절에 한 사이즈씩 업이 된다

작년 옷들은 많이 비워야 했고, 막내 역시 지인들에게 얻은 옷들이 제법 돼서 이번 여름은 전혀 옷을 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110 사이즈까지 기부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한살림에 4월 한 달간 시행하는  '옷 되살림'에 기부하였다)



한살림에 옷정리후 기부할 것들을 분류 ,테트라팩도 조합원이 아님에도 받아주었다


여기서 고민은 첫째와 둘째의 반팔 상의였다. 5월 중순쯤 모 브랜드에 1+1으로 티셔츠를 사놓은 게 있었다. 지금 아이들이 참 잘 입고 있다 그런데도 예전의 나  같으면  또 옷을 사야겠다며 맘먹고 아마 다음날 바로  세일 들어간 작년 옷을 구하기 위해 쇼핑몰로 갔을 텐데(보통 그해 새로운 옷이 나오기 전 지난해 옷들을 세일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이상하리만큼 세상 느긋한 나의 모습을 알아채게 되었다. 말로는 '사러 가야지 사러 가야지' 하는데 코앞에 있는 쇼핑몰을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전혀 그쪽으로는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이 아닌가

'아.. 나의 물욕도 미니멀 라이프로 정리되고 있는 건가'

최근 자격증 공부에 필요한 물건을 제외하고는 생활용품도 구매하지 않고 있고, 우리 가족의 최소 필요한 여름 양말이나 필수로 필요한 청결용품을 제외하고는 큰 소비가 없는 편이다. 오히려 중고마켓으로 열심히 내보내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내보내는 만큼 또 습관처럼 채워 넣고 있을 텐데, 비우는 만큼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놔두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그자리들을 즐기고 있는 변한 내 모습이 느껴진다  소비의 제어가 조금씩 자리잡고 있는것이라 생각하려한다


건조기 사용으로 작아진 아빠의 티셔츠


아이들의 홈웨어로 결정되었다. 참 잘못된 결정은 홈쇼핑으로 2년 전 산 남편의 5장 티셔츠였고

참 잘한 결정은 작지만  잘 버리지 못하는 남편에게 눈치 보여 못 버리다 아이들의 홈웨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의 옷이라며 흔쾌히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지인들에게 얻어온 옷들은 상당히 깨끗하고 멀쩡해서 세탁 후 아이들의 사이즈에 따라 분리해주었고,

작지는 않지만 더러워진 티셔츠는 올여름 아이들의 여름내의를 사지 않고 집에서 입는 용도로 바꿔주었다


막내 마스크에서 나오는 연결고리로 아이들의 외출복에다 표시를 해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 옷 저 옷 입고 외출복도 실내복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외출복을 마스크 연결고리로 표시해주고 세탁 후 걸어둘 때도 외출복은 저 고리가 달린 곳에 걸 수 있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이 모든 사항을 다 지킬 수 없겠지만 엄마인 내가 조금씩 들여다보며  지속적으로 외출복과 실내복의 구분을 해주고, 정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면  습관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충분히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있을 거란 건 당연지사이고, 결국엔 아이들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된다. 이 정리 방법이 기본이 되고,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편한 방법을 터득하고 자신의 삶의 방식에 맞게 스스로 새로운 정리정돈 방법을 만들어 간다면 적어도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좀 덜 겪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부모라면 누구나 내가 겪었던 힘든 일은 내 아이들만큼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다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돌아 돌아 힘들게 가지 않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기를 말이다.


근데 갑자기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어느 날 느닷없이

'여긴 힘든 길이야 다른 길로 가야 돼'라고 한다면

아마 '네' 하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자녀들은 많 않을 것이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부모는 그만큼 잘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든, 생활이든, 인간관계이든, 사회생활이든  그 무엇이라도  말이다





나의 고민이 반가웠다


아무 고민 없이 사야겠다에서

지금은 고민에서 내 생각이 멈췄다.

내가 옷을 사는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하는둥 마는둥 고민을 한다는 건, 아이들이 전혀 입을 옷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거다. 정말 아이들이 입을 옷이 전혀 없다면 당장! 사야겠지만 올여름 어찌어찌 버틸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아마 예전에도 그랬을 것인데 그때는 소비하는 즐거움에 그리고 옷을 사다 아이들을 입혀보고 흐뭇한 나의 감정을 즐기고 싶어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 옷 사는 것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예쁜 옷을 입히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의 옷을 사는걸 나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이용한 것 같다

아이들 만큼은 좋은 옷 좋은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핑계가 오히려. 아이들이 합리적 소비와, 가치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날려버릴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부모라도 아이들의 기회를 막아설 자격은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정확한 소비습관을 알려주려면 나의 소비습관부터 체크해보아야겠다. 그 첫 번째가 소비에 대한 고민이다 난 그 고민이 너무 반갑다.







에필로그:)

아이셋의 옷을 사러가면

사지 않아도 되는 아이의 옷까지 사게되는게 엄마의 마음이네요.

물려받게만 할수 없어 가끔 둘째나 셋째의 옷을 사지 않아도 되는데 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한아이의 옷만 사면 나머지 아이들의 표정이 눈에 밟히니 이성적으로는 사면 안된다고 하면서

이미 손에 들려있는 옷들은 기어코 계산을 하고 나와요

옛날 엄마들처럼 큰 옷을 사서 접어입히고 물려입히고 하는건 아무래도 요즘 아이들의 정서상 쉬운일은 또 아닌것 같구요 아직 정확한 기준을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끔은 아이들의 기분도 고려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 사야되는 여름 신발도 둘째는 언니가 신던거를 신고싶지 않다고 해서

충분히 설명해주고 혹시 그 신발이 닳게되면 둘째도 새 신발을 사주기로 약속했어요

신을수 있는 신발을 버리는건 환경에도 좋은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면서요

매 순간이 고민의 연속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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