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예술이다. 특히 플레이팅이 예쁘게 된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 코로 냄새를 맡으며 시각과 후각이 반응한다. 이제 가장 중요한 미각이 실력을 발휘할 차례다. 맛있는 미식생활에 대한 예찬! 삶의 낙이 되는 순간이다. 비주얼만 좋은 음식을 먹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맛을 봤을 때 예상보다 맛있으면 럭키!
맛집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맛, 분위기, 서비스 모두를 충족하는 식당도 있지만 내게 1순위는 맛이다. 허름한 노포에서 진짜 맛있는 음식을 맛보면 큰 행운이다.
오랜만에 SNS에서 유명한 곳으로 갔는데, 내가 먹은 초당옥수수뇨끼의 재료는 크게 4가지였다. 뇨끼의 메인 재료인 쫀득한 감자 수제비와 달콤한 초당옥수수, 바삭바삭한 감자칩 그리고 고소한 옥수수 소스가 깔려있었다.
각자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어우러지며 데코레이션을 이루고, 각기 다른 생김새에 조화로울까 싶었지만 한 입 먹어본 순간 인정했다. 이들의 궁합은 완벽한 조합이었다는 걸!
한데 모여있는 모습이 나와 친구들 같았다. 말랑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의 주인공 감자 수제비는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나, 달달한 초당옥수수는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이 특출 난 친구, 바삭한 감자칩의 식감은 조금 예민해 보일 수 있어도 중심을 잘 잡는 친구, 그리고 이 모두를 배려하며 부드럽게 아우러지는 소스 같은 친구를 닮았다.
하나의 플레이트 위에서 만나 서로 다르지만 모나지 않게 각각의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이 4가지 재료 중 어느 것 하나가 빠졌다면 이런 하모니는 완성되지 못했을 정도로 톡톡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던 걸 잡아주고, 부드러운 식감이 질릴 때쯤 바삭함을 먹어주고, 단맛이 물릴 때는 고소한 소스와 함께한다. 그러니까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재료가 없었다. 과하지 않았고 내 입맛에 딱 적당했다. 맛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른데, 나와 어울리는 친구들은 모두 선하고 언제 봐도 편안하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떻게 친구가 됐나 싶을 정도로 다르지만,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 장단점이 확실하여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고민이 있을 땐 들어주며 의견을 나누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라 이상적이다.
눈으로만 음식을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든 생각이다. 단순한 요리 하나도 다른 관점으로 보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추면 탈이 나기 십상인데,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성격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19년째 잘 지내는 친구들이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친구들과 20주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요리 하나에도 인생이 담겼다. 메뉴를 먹으며 친구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옆에 있어서 당연한 줄 알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늙어서 귀여운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해맑게 웃으며 떠들고, 어른이 되어도 만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유치하게 놀 수 있는 친구들이 고맙다. 이미 겪어왔고, 앞으로 겪을 힘든 일도 함께 의지하며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며 힘들 땐 나한테 기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