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산소와 월남쌈

엄마 산소 앞에 서면
사람은 잠깐 어린아이가 된다.

오늘은 아버지와
두 누나와
엄마를 만나러 갔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기도 같았다.

기도를 하고
꽃을 두고
잠시 서 있다가

우리는 내려왔다.


그리고 월남쌈을 먹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은
슬픔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먹는다.

웃는다.

그리고 살아간다.


엄마는 하늘에서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가족이
여전히 잘 먹고
여전히 잘 웃고
여전히 서로를 찾는다는 것을.

오늘 우리는
엄마 산소를 다녀왔고

누나 생일을 축하했고
누나 작업실을 구경했고
저녁에는 웃었다.

어쩌면 이것이
엄마가 바라던 삶일지도 모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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