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적 레시피 에세이)
등장인물
나
화덕
수지노인복지관의 오후
스노우볼 쿠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프롤로그
2025년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끝이라는 말은 늘 조용히 온다.
오늘은 쿠키를 만들었고,
사실은 시간을 구웠다.
[레시피 1] 재료
하얀 가루 같은 웃음
손에 남는 온기
“괜찮다”는 말 대신의 침묵
[장면 1]
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누군가:
“그럼, 더 천천히 만들어야겠네요.”
화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온도를 지킨다.
그 태도가
사람을 안심시킨다.
[레시피 2] 만드는 법
반죽을 둥글게 빚는다.
— 서로의 하루를 망치지 않게.
오븐 앞에서 기다린다.
— 말보다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쿠키 위에 눈처럼 설탕을 뿌린다.
— 상처는 숨기라고 있는 게 아니라
더 부드러워지라고 있는 거니까.
[장면 2]
스노우볼 쿠키:
“나는 화려하지 않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덜 춥게 만들 수는 있어.”
그날의 쿠키는
고소했고
하얗고
조용히 예뻤다.
아마도
우리의 관계처럼.
에필로그
2026년을 기다리며
나는 조용히 기도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니
언제든
서로에게
기댈 어깨가 되는 날들이 기를.
우리는 오늘,
쿠키를 만들었고
사실은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