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처음이라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마음이 편해서인지 잡고 있던 모든 긴장의 끈을 놓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구두를 신거나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고 출근할 일이 없으니 그동안 흐트러지지 않으려 애쓰던 긴장을 확 놓아버린 거죠.
아이 간식과 식사를 챙겨주고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고 다니다 보니 편해진 마음만큼 8kg이 증가한 넉넉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어느 날 본 거울 속의 제 모습이 참 생소했어요. 회사도 직함도 없이 오직 '나'라는 존재만이 남겨졌는데 이런 모습을 원한 건 아니었거든요.
정신을 차리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있었죠. 아침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내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는 걸요. 저는 오전 내내 진짜로 뛰어다니진 않았지만, 하루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배치하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하고 뛰어다니며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 등교시키고 하루 2시간 가까이 운동을 하다 보니 문득 예전의 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이 시간은 달리던 시간이었구나, 그래서 익숙했구나 하고요. 7개월 후 다시 원래의 체중과 함께 지금은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러닝머신 위를 뛰면서 알게 된 것이 있어요. 회사에서 열심히 하던 그 시간을 생각보다 더 좋아했었다는 걸요. 그리고 이제는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배워보지도 않은 글쓰기를 호기롭게 시작했고 덜컥 브런치에 합격하면서 겁도 없이 처음부터 연재라는 방식으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매번 다른 글감이 아닌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것도 몰랐기에 이렇게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올해 6월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이제 매일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언젠가 한 번은 워킹맘의 고충을 담은 퇴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번 써보자고 마음먹었죠. 돌이켜보면 초고에 가까운 저의 글은 순서도 엉망이고 썩 좋은 글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다 말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거든요.
사실 저는 담배회사의 여직원이었습니다. 애초에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으면 매주 읽으셨던 분들께 조금 더 생생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다 끝나고 나서야 이렇게 두려움을 이겨내고 말하게 되었네요. 숨겨야 할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연재는 오늘로 끝이지만, 언젠가는 이 어설픈 초고를 다듬어서 더 좋은 글로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도 드네요. 부족한 저의 첫 연재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은 계속 쓰고 있으니 언젠가 또 만나요.
네이버 블로그 <여분의 시간들> 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