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프롤로그
놀랍게도 큰 기대 없이 출간했던 책은, 누군가가 야금야금 책을 구입하고 있긴 한 거 같습니다. 지인들의 힘을 입어 베스트셀러에 잠시 오른 후, 그 이후로도 폭발적인 구매는 없으나 아~주 미미하게 누군가는 책을 구입하고 있는가 봅니다.
책이 출간되고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아내를 팔아 책을 쓰는 사람”이라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책에서 아내의 캐릭터가 본성은 정말 착한데, 종종 팽팽 말을 쏘기도 하고, 그러면서 기쁠 때는 기쁜 순간을 충분히 누리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건 아내를 대부분의 모습을 사랑하고, 아내의 여러 면모를 충분히 알고 있는 저의 입장이었습니다. 뒤늦게나 깨달았습니다. 책에서 제가 풀어낸 아내의 일부분만 본 사람들이 상상하게 되는 아내의 모습은 제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말도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는데, 책은 아예 글자로 찍혀 나오니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참 난감했습니다.
출간 후 사생활이 너무 노출된 건 아닌가, 이상하게 노출된 건 아닌가 싶어 며칠 밤잠을 설쳤습니다. 꿈에서 갑자기 직장 동료가 나타나서 “니 글은 똥이야!”하며 윽박지르기도 하구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정도로 책이 팔리지도 않고 있으니 괜한 걱정하지 말자.’하며 애써 스스로 위안하고 있습니다. 책이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지 않은 현실이 위안이 맞는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책 출간 이후 삶에서는 달라진 점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의 경우, 지인들과 직장에서 동료들이 ‘오…! 아니 그 바쁜 와중에 언제 책을 썼지?’ 하는 정도의 감탄을 꽤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보문고에 가서 진열되어 있는 저의 책을 아이에 손에 들려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요. 그 책은 아이가 주인공이니까요.(많은 사람들은 자꾸 아내가 악당 주인공 같다고 하는데… 흠…) 아무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지인들을 보며, ‘아! 바쁘다고 자꾸 미루지 말고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지…!’하는 생각은 다시 한번 절절하게 했습니다.
그 외에는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미 브런치에서 출판한 작가님들의 후기를 여러 번 읽어 보아서 상상은 했었습니다. ‘보통은 출간 이후의 삶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출간 직전에는 출간만 하면 뭔가 인생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출간이 된 후에는 책이 별로 팔리지 않아 세상에 평가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없어져 버리는 책들이 많지요. 대부분의 책들이 1쇄(1000권)의 벽을 넘지 못하는 현실과 작가의 인세가 8~10퍼센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책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도,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 책 일부라고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전에 없던 다른 기회들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구요. 물론 저는 아직은 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긴 해서 쉽게 말할 순 없지만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 안에서 뭔가 크게 변하는 게 느껴져서 섬세하게 관찰해 봤습니다. 들여다보니 큰 욕망이 생겼더라구요. 이번보다 더 나은 책을 또 출간하고 싶다는 욕망. 사실 제가 좋아하는 돈도 거의 되지 않고, 딱히 명예도, 성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에 비해, 원고 투고부터 출간까지는 굉장히 고달픈 일정이었지요. 한 줄로 요약해서 그렇지 투고 후의 기다림과, 계약 후의 기다림, 조율 과정, 출간 후에 오는 부담감 등을 따지면 상당히 고통이 따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더 나은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책 마무리할 때쯤부터 조금씩 커져갔던 또 다른 욕망이 있습니다. (감히) 사람들에게 좋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당장 내 주변 사람들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이렇게 버거운데, 내가 모르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동기가 ‘부업해서 돈 벌려고’ 였던 거에 비하면 참 요상한 변화를 했습니다. 돈은 못 벌고 이상한 마음의 변화만 일었네요. 일단 이런 욕망들이 생기긴 했는데, 당장에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초보아빠비긴즈>는 원고를 쓸 때부터 술술 써지고 굉장히 즐겁게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그때는 육아휴직하며 아기만 바라보고 있으니 아기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순간이 글감이고 계속해서 저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으니까요. 원래 다른 뛰어나신 작가님들과는 다르게, 막상 쓰면 즐겁게 글을 쓰지만 글쓰기 위해 자리에 앉는 그 과정을 굉장히 버거워하는 저로서는 다음 책은 언제가 될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브런치는 계속되어야 하겠지요. 브런치로 <초보아빠비긴즈>의 출간 이야기는 이제 시작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