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업무랑 관련도 없는 육아책을?
갑자기 출판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아주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꿈에서 조상님이 안개를 뚫고 나오셔서 “너는 이 내용으로 책을 한 번 써보거라.” 하고 말씀해 주신다든지 갑자기 사람들이 내 브런치스토리 글에 폭발적으로 열광하든지 하는 계기가 될만한 상황은 없었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언젠간 나도 출판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생각만 막연히 있었다.
당시에 나는 혼자‘아빠 육아’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취미와 관련된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아무리 쥐어짜도 글이 잘 나오질 않았다. 어느 날은 취미 관련 글을 쓰려고 자료 찾고 공부하다가 그냥 맥북 커서가 깜빡이며 나를 보고 있기에, 아기에 대한 글을 죽 썼는데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2000자 이상의 글이 뚝딱 써졌다.
‘오 이거 괜찮은 글인지를 떠나서 너무 술술 잘 써지잖아?’
그 이후로 ‘아빠 육아’와 관련된 글을 좀 더 써보았는데, 너무 술술 잘 써졌다. 글이 얼마나 좋은지, 사람들에게 미묘한 울림이라도 줄 수 있는 글인지를 떠나서 내 머릿속은 온갖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당시 육아휴직 중이던 나의 세상은 온통 아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가 하루 중 하는 일이라곤 요리하고 청소하고 아기를 지켜보는 일뿐이었기 때문에, 그냥 아기를 쳐다보고 있기만 해도 글감들이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불현듯 ‘출판 한 번 도전해 보자!’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런데 브런치 스토리도 5수 만에 합격했고, 꽤 긴 시간 글을 혼자 써오긴 했지만 네이버 블로그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글을 써본 적도 없는 나였다. ‘브런치스토리의 작가’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진짜 ‘작가’라니 나랑은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였다. 생각은 들었는데 막상 진짜 도전하려니 문턱이 높은 거 같아 밍기적 거리고 있었다.
당시에 여러 책들 중 자기 계발서를 좀 더 집중적으로 읽고 있던 나는 정신적으로 한껏 고양된 상태였다.
‘도전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러다 인터넷에서 한 문구를 보게 된다. 그건 <환혼>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였다. 나는 그 드라마를 본 적도 없는데 우연히 그 문구만 접하게 되었다.
“허세가 아니라 기세다. 그러니 꺾이지 마라.”
그 한 문장이 어찌나 강렬하게 와닿았는지,
‘하고 싶으면 도전해 보면 되는 거지 뭐. 해서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이미 충분히 장작은 쌓여 있는 상황에서, 내 무의식은 장작에 불을 붙여 줄 하나의 시발점이 될 문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로는 걱정보다는 긍정적인 생각들이 들었다.
‘책도 하나의 컨텐츠인데 전문적으로 글을 공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안된다는 법이 있나?’
주변 지인들은 내가 육아하고 있는 상황과 모습을 보며 항상 ‘특이한’ 케이스로 여겼고, 그 말은 내 아빠 육아 경험들이 충분히 컨텐츠로의 가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브런치 스토리에서만 봐도 표현력과 구성력이 너무 뛰어나서 첫 문단에 한 줄만 딱 읽으면 끝날 때까지 눈을 못 떼고 글을 읽게 쓰시는 작가님들이 많았다. 나는 그런 문장력도, 구성력도 없었지만, 충만했던 마음가짐 상태 덕분인지 그냥 일단 해보기나 해 보자 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혔다.
주변에는 출판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출판하려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이름이 있거나 괜찮은 글을 꾸준하게 올리는 분들에게는 출판사에서 먼저 ‘어떤 형태의 책을 한 번 내보자’ 하며 연락이 온다고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출판사 이메일 주소로 내 책을 출간해 달라고 투고 메일을 보내는 방법이 있었다. 브런치스토리에서도 입상하면 책을 출간해 주는 출판 프로젝트가 있다. 하지만 당시에 브런치스토리 출판 프로젝트는 종료된 상황이었고, 출판사에서 먼저 나에게 연락이 온 게 없으니 역시 남은 건 투고 밖에 없었다.
이 상황까지 힘 있게 잘 결단한 나였지만, 당시에는 투고를 위한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는 건 내 성향상 가장 싫어하는 장르의 일인 줄은 몰랐다. 그렇게 투고의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