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다 투자하네
"아니, 내가 그거 팔지 말라고 했잖아? 나는 오히려 더 샀지."
"와 대박! 주말 간에 엄청 달달하셨겠는데요? 아 팔지 말걸."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전에는 거의 한 번도 주제로 올린 적이 없던, ‘주식과 부동산’이 주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당시에 나는 회사, 가정에서 너무 녹초가 되어 있던 지라 대화에도 오래 낄 힘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돈 투자에 정말 관심이 많았다. 이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가 굉장히 신선했다. 그전에는 단 한 번도 이렇게 공공연하게 투자에 대해 직장 동료들이 얘기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갭투자로 집을 한 채 더 구입한 사람도 있었고 아내 몰래 공무원 대출을 받아서 그 돈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아내가 주식 좀 해보라며 천만 원을 쥐어준 사람도 있었다. 태어난 아기를 위해 나중에 물려줄 거라며, 삼성전자 주식만 매달 몇 주씩 사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대체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서 투자한다기보다는 ‘~가 그러는데 ~회사가 ~ 이슈가 있어서 사야 한다 하더라.’, '어디 지역이 GTX 호재가 있다더라.' 하는 형식의 정보들을 듣고 투자하는 거 같았다. 투자금과 투자방식은 다양했으나 모두들 한마음으로 투자에 열광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 신입사원도 해외 주식을 하며 수익을 좀 내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해왔다.
집 값이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하자, 우리 부부와 아주 가까운 지인들도 어떤 식으로는 집을 사기 시작했다. 한 지인은 말했다.
"받을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대출받아 사서 은행집이지 뭐. 그래도 복합센터 들어선다고 해서 투자도 잘한 거 같고 집도 리모델링 싹 하니까 깔끔하고, 무엇보다 맘이 너무 편해."
우리 집은 지어진 지 오래된 집이어서 구조가 아쉬웠다. 작은 평수인데도 베란다를 너무 넓게 빼놓은 바람에 거실 앞에는 광활한 크기의 베란다가 있었다. 아기는 기어 다니니 높이가 낮아 거실 창에서는 적 붉은 벽돌색의 베란다 바닥만 보일 뿐 창밖을 잘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가니, 아기는 거실 통창을 잡고 일어서서 “꺅! 꺅!” 소리를 내며 하염없이 창밖을 구경했다. 통창 밖으로는 작은 천이 흐르고 그 뒤로 시야가 뻥 터지는 굉장히 시원한 뷰였다. 통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집 전체가 굉장히 환하게 느껴졌다. 우리 집에서는 아기가 돌아다닐 공간이 별로 없었는데 지인의 집은 집이 워낙 넓으니 집 안 여기저기를 아기는 신기한지 계속 기어 다녔다. ‘집이 이만하면 집 안에 아기 장난감을 잔뜩 사줄 수 있을 텐데...’ 아내도 나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