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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Jul 25. 2024

도전하는 자에게 빛이 있나니!

브런치 활동 시작!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황무지 영역에 첫 발을 내딛는 일은 이토록 어려웠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보내온 메일은 이 모든 과정을 잊게 할 만큼 기분 좋은 문구들로 가득했다. ‘작가님의 좋은 글을 언제나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라니!!, 날 보고 작가라니!!!


벌써부터 나의 상상은 오만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이미 올해의 작가로, 수상 작가였으며, 잔뜩 위축되어 있는 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 있는 신인 작가였다. 


몇 시간 동안 나는 브런치에 프로필을 수정하고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기쁨에 넘쳐 브런치 관련 글들을 읽었을 때는 꽤 낙담할만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긴 했다. 


어렵게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으나 생각보다 별반 삶에서 달라진 게 없어서 실망스럽다는 이야기 등이 많았다. 그래서 그냥 플랫폼을 떠나겠다는 식의 글들도 보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도전한 건 아니었으나 1년 반 동안 5번에 걸쳐 도전해서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나와는 다르게, 대충 그냥 썼는데 합격했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물론 이런 글들을 보면 잠시 주춤하게 되긴 했지만, 나는 내가 이렇게 여러 번의 실패를 하는 동안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가 대견했다.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핸드폰과 노트에는 수많은 메모들이 있었고, 베어에는 이미 꽤 많은 글의 조각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생각보다 많은 양의 글들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꽤 흥미롭게 잘 써진 것 같은 글을 발행했다. 그저 써놓은 글을 발행 누르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긴장되면서도 설렜다. ‘에이 모르겠다!’하며 발행을 딱 누르고 그대로 맥북을 덮어 두었다. 


그런데 핸드폰에서 계속 알림이 오기 시작했다. ‘~~ 님이 훈남아빠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카카오톡을 빼고는 facebook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어떤 SNS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SNS를 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핸드폰에 한 번씩 울리는 내 글에 대한 관심은 마치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나에게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해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생각보다 글 조회수가 많이 나오진 않았으나 ‘첫 술부터 배부를 수 있나’하며 다음 글을 준비했다.


 그런데 글을 올린 지 몇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핸드폰 알람이 아주 적극적으로 울리기 시작하더니, 글의 조회수가 1000, 2000, 3000, 4000 이 넘어간다는 알람이 계속 뜨기 시작했다. 



나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내 첫 글은 계속해서 좋아요가 늘고 있었다. 첫 글 통계를 눌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브런치스토리가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되고 있었다. ‘브런치스토리가 아니면 어디서 이렇게 유입이 되는 거지?’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다음 메인화면을 보니 ‘아빠 매일 유아식 세끼를 만들기 시작하다’라는 나의 글이 떡하니 걸려있었다.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아니 세상에..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떠서 이렇게 많은 조회수를 찍다니.. 아 이렇게 나는 스타 작가가 되는구나…’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간 사진을 캡처해놓고,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애써 참았다. 아직 조금 더 성과를 내고 가족들에게 자랑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다음 글, 그다음 글들은 다시금 잠잠해졌다. 정확한 알고리즘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첫 번째 글 기념으로 브런치스토리에서 다음 메인으로 내 글을 올려주었던 모양이었다. 


그나마 앞서 다음 메인에 올라갔던 첫 글이 열기가 식어가면서도 조회수를 끌어내주었고 다음 발행되는 글들은 조회수가 20-30 나오기에 바빴다. 역시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은 없었다. 


그렇게 몇 개의 글을 한동안 그냥 덤덤하게 썼다. 그런데 한 번 조회수가 폭발하며 핸드폰이 마구 울리던 느낌은 온몸에 새겨져 있는지 별다른 반응 없는 글들에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아빠의 요리자신감 아기의 ‘퉤’ 앞에서 무너지다’라는 글이 또 한 번 다음 메인에 올라가면서 조회수가 죽 올라갔다. 


글이 재미있다고 댓글을 달아주는 분도 있고, 구독자도 조금은 더 늘었다.  ‘글 꾸준히 몇 개 더 올리면 아주 난리가 나겠구만. 도전하는 자에게 빛이 있나니..!’ 아내에게 먼저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양가 부모님께도 알렸다.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육아휴직을 하던 1년 반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쓴 문장은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는구만’이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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