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과 침묵

16화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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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돌아온 후, 정현우는 곧장 자신의 연구를 정리해 학계에 발표했다. 이번엔 이전보다 더 정밀하고, 방대한 자료와 도상 비교, 천문 패턴을 곁들인 논문이었다. 'HELIOUS CODE: 고대 삼위 상징의 구조와 문명 간 동기화'라는 제목으로.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학술지 심사위원들의 코멘트는 형식적인 문장으로 포장된 거절이었다.

“상징 간 유사성은 문화적 우연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학적 근거보다 해석이 우선된 논문은 학문적 검토에 부적절합니다.”

몇몇 연구자는 공개 석상에서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던졌다. “이건 고고학이 아니라 종교학적 망상입니다.” “인디아나 존스도 이만큼은 안 하죠.”

현우는 웃지 못했다. 그는 진심으로 문명의 흐름과 인간의 기억을 추적해왔고, 그 퍼즐은 분명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동료이자 오랜 친구였던 박준호조차 조심스레 말했다. “현우야, 네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야.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닐 수도 있어.”

그날 밤, 현우는 사무실에서 혼자 앉아 마지막 유적에서 가져온 석판 스케치를 바라봤다. 빛바랜 종이 위에 얽힌 기호들은 그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진실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인간만이 외면했을 뿐이다.'

그는 노트북을 닫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밤하늘에는 별이 드물었지만, 그는 그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보고자 했다.

바로 그때였다. 익명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단 한 단어.

[관심 있음]

내용은 짧았다. “귀하의 헬리오스 코드에 흥미를 느낍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응답 시 장소와 시간 전달하겠습니다.”

발신인은 없었다. 현우는 화면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손을 뻗어 키보드를 눌렀다.

[응답: 만나겠습니다.]

그는 직감했다. 이것이 또 하나의 문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번엔, 그 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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