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실종 사회

정책의 신 – 시즌 3-3 방황하는 젊음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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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획실 내부.

대형 모니터에 슬라이드 하나가 서서히 떠올랐다.

청년 정체감 및 공감 능력 실태 조사 결과
“나 외의 존재에 관심이 없습니다” – 응답자 61.2%

정책의 비서실장은 화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청년들이 일하지 않는 이유는 능력도, 게으름도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더욱 심각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 “타인의 기분을 눈치채기 어렵다” – 48.3%

· “감정노동에 심한 피로를 느낀다” – 56.9%

· “나만의 시간이 가장 안전하다” – 72.5%

· “사람을 믿지 않는다” – 67.1%

정책의는 그 수치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공감 능력은 기술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그런데 이 사회는, 그 경험을 빼앗아 왔죠.”

하루 뒤, 대통령과 정책의는 은밀히 서울 한 청년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상담실 안에서 만난 청년은 이름 대신 가명을 원했다.

“저는요… 사람 눈을 잘 못 봐요.
어릴 때부터 학교, 학원, 스펙… 늘 비교받았고,
진짜 내 얘기를 해 본 적은… 없어요.”

이나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조용히 물었다.

“그럼, 누가 당신 얘기를 들어준다면…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청년은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음… 있긴 있어요. 근데 너무 오래 꾹 눌러놔서,
꺼내는 방법을 잊었어요.”

청와대 복귀 후, 이나라는 메모장에 짧게 적었다.

“말을 잃은 청년은 삶도 잃는다.” 그녀는 정책의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가 복원해야 할 것은,
고용도 교육도 아닌 감정 회복력이야.”

정책의는 다음 날 긴급 정책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명은 다소 생소했다.

‘공감 회복을 위한 사회 실험 프로젝트’

슬로건은 단 하나였다.

“세상을 다시 느끼게 하라”

프로젝트 주요 기획안은 다음과 같았다.

1. 감정 노동인과의 1일 체험 프로그램

→ 편의점 야간 알바, 택배 분류, 콜센터 체험

2. ‘고립 체험 주간’ 프로그램

→ 디지털 금식 + 공공 활동 연계

3. 감정 피드백 일기장 플랫폼

→ 하루 3번, 타인의 감정을 관찰해 기록

4. 관계 기반 마을학교 파일럿

→ 1인 청년이 함께 사는 ‘공감 주거 실험지구’


관료들은 난색을 표했다.

“이게 복지입니까, 캠프입니까?”
“효과 측정이 어렵고,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예산 대비 명확한 정량 효과가 없습니다.”

이나라는 조용히 말했다.

“정책은 수치를 바꾸지만, 공감은 사람을 바꿔요.
지금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 하나를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며칠 후, 서울 마포의 한 ‘공감 실험소’에 참여한 청년 15명.
그들은 처음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3일 후, 한 청년이 이렇게 썼다.

“나는 생각보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또 다른 청년의 피드백.

“남의 하루를 대신 살아보니,
내 하루가 덜 외롭게 느껴졌다.”

그날 밤, 이나라 대통령은 조용히 메모장 한 귀퉁이에 썼다.

“당신을 공감하지 않는 사회는 당신을 잊은 사회다.

그 사회를 다시 연결해야 한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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