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의 조건

정책의 신 – 시즌 3-4 방황하는 젊음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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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청년 공감 실험소.
한 달간의 감정 회복 실험이 끝나갈 무렵,
한 청년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정책이 우리를 관찰했죠.
근데 이제… 우리가 정책을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요?”

정책의 비서실장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조용히 노트에 한 줄을 적었다.

“참여는 설득보다 먼저 와야 한다.”

청와대 정책 회의실.

이나라 대통령은 회의실 벽면에 걸린 국정 지표 아래에서 단호히 말했다.

“이제 청년은 대상이 아니라,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을 받는 세대’에서 ‘정책을 기획하는 세대’로 바뀌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단기입니다.”

관료들은 당황했다.

“대통령님, 그들은 행정 지식이 없습니다.”
“제안만 받다간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할 수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꾸준히 참여할까요?”

이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참여의 조건을 만들면 됩니다.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건, 참여할 자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며칠 뒤, 서울 도심의 한 공공건물에 ‘청년정책 설계랩’ 현판이 걸렸다.
참여자 모집공고에 2000명이 몰렸다.
최종 선정된 50인의 청년들, 이름은 ‘세대설계단 1기’.

그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

“나 같은 사람이 사회와 연결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첫 회의, 한 청년이 말했다.

“저는 실패한 적이 많습니다.
근데 정책은 항상 ‘준비된 사람’만 대상으로 하더군요.”

또 다른 참가자가 이어받았다.

“우린 아직 준비가 안 된 사람들입니다.
근데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위한 정책은… 왜 없죠?”

정책의 실장은 그 말에 침묵했다.

그리고 그날 밤, 보고서 표지를 이렇게 수정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위한 국가 – 참여를 위한 설계」


청년설계단에는 매주 전문가 멘토단이 파견됐다.

전직 공무원

사회혁신가

커뮤니티 활동가

데이터 디자이너

그들은 참여자들에게 말했다.

“정책을 설계하려면, 사회를 먼저 설계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예산 배분, 정책의 목표-성과 연결 구조,
지자체-중앙정부 협력 시스템까지 배워갔다.

4주 후, 청년설계단이 최초로 공동 작성한 제안서.

「정서노동 청년 보호를 위한 시민감정 기초법」
– 감정노동 강도 표준 측정
– 정서 회복휴식 시간 보장
– 온라인 악성댓글 방지 시스템

정책의는 발표 직후 조용히 박수를 쳤다.

“이건 보호가 아니라, 연결의 기술입니다.”

며칠 후, 청와대.

이나라는 대통령 연설문 초안을 수정하며 말했다.

“참여는 민주주의의 권리가 아니라,
존재감의 출구다.”

그리고 각 부처에 지시를 내렸다.

모든 청년정책 수립 과정에 실명형 청년자문단 필수 참여

중앙-지자체-청년 3자 거버넌스 모델 법제화

고립 청년 대상 ‘참여 동행 매니저’ 제도 신설

1인 청년 커뮤니티 공간 예산 확대


서울 은평구, 24세 은둔형 청년 이정윤.
3년 만에 처음 외출한 그는 한 정책 포럼에 참석했다.

질의응답 시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 준 건…
누가 저를 참여자라고 불러줬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실장은 미소 지으며 메모했다.

“누군가에게 '참여자'라고 불러주는 것, 그게 사회의 첫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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