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을 잃을 때

정책의 신 – 시즌 3-1 방황하는 젊음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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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이미래의 아파트.
늦은 저녁, 거실엔 두 명의 여성이 마주 앉아 있었다.

하나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나라.
또 하나는 그녀의 여동생이자, 대형 물류기업 ‘K팡’의 운영팀장, 이미래였다.

테이블 위엔 미완의 식사와 찬기가 식은 반찬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가운데, 이미래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언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얘는 그냥 벽이야.”

이나라는 물을 마시던 컵을 내려놓고 조용히 동생의 눈을 바라봤다.

“성장이?”

“응. 초등학교 6학년인데, 대화가 안 돼.
게임 안 하면 혼자만의 방에서 하루 종일 안 나와. 말도 안 하고… 그냥, 혼자 있고 싶대.”

이미래는 핸드폰을 꺼내 이성장의 방 앞 CCTV 화면을 보여줬다.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년.
어깨는 굽어 있고, 창은 닫혀 있고, 화면은 멈춰 있었다.

“무서워, 언니. 지금은 게임이지만… 이 아이가 커서도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갈까 봐.”

이나라는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혼자 있는 건 괜찮아.

그런데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세상은… 국가도 아닌 거지.”

며칠 뒤, 청와대 관저.
이나라는 새벽에 집무실로 향했다.
정책의 비서실장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이 새벽에, 대통령님…”

“실장, 청년 관련 최근 통계 전부 다시 보고 받고 싶어.
참여도, 고립, 은둔, 무직, 자살 충동… 모든 수치.”

정책의는 눈빛을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나라는 조용히 말했다.

“실장, 난 지금까지 ‘일자리가 없는 청년’을 걱정했는데,
이젠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청년’을 마주하게 됐네.”

그날 밤, 이미래는 이성장의 방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문틈으로 희미한 LED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성장아.” 대답이 없었다.

“엄마는 네가 뭐든 하고 싶은 걸 해봤으면 해.
근데…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우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건 아들을 위한 질문이면서, 어쩌면 사회 전체를 향한 물음이었다.


이나라는 대통령 집무실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이 나라는 청년에게 무언가를 주려 했지만,
정작 묻지 않았다.
넌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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