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자 Sep 25. 2019

커피에 푹 빠져있는 요즘

음식보단 커피인 요즘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반쯤 덜 깬 상태로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들이키고, 갈증이 해소되자마자 자동적으로 드립 커피를 준비하는 나를 발견했다. 오토 파일럿 모드로도 커피 제조가 습관인 요즘이다.


지금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기본 1일 1 커피는 마시는 요즘, 커피는 나의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일을 하면서 마시는 아침 커피 한 잔은 나에게 커피 그 이상의 따뜻함과, 안정감과, 집중력을 선물한다.


사실 내가 커피에 대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많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고, 내가 가장 많이 즐기고 섭취하는 음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키갈리의 지는 별, 네오 카페


차차 나누고 싶은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우선 가장 흔한 아프리카산 커피에 대한 오해(misconception)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있다고 다 원산지의 고급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 특히 고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은 커피 재배를 대규모로 하고 있고, 커피 수출이 지역 사회 및 경제 활동의 메인 액티비티 중 하나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정말 최고급 커피들은 이미 해외의 커피 바이어들, 주로 미국, 유럽 시장에 이미 계약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최고급 커피에 선정되지 못한, 즉 살짝 다운그레이드 된 커피들은 훨씬 싼 가격에 주로 현지 시장에 유통된다. 물론 이런 커피들도 지역과 종류에 따라서 타 지역의 커피와 비교했을 때에는 커피콩의 퀄리티가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 부분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르완다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최고급의 원산지 커피를 마신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르완다 내에도 다양한 커피 사회적 기업들은 아예 지역 협동조합과 관계를 맺어 커피 투어, 직거래, 도심 카페 오픈 등을 통해 현지의 소비자들도 질이 좋은 르완다 산 커피를 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뜬금없이 최고급 산 원산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가며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의 커피 사랑은 원산지에서 나는 고급 커피를 소비함에 대한 과시가 아니라, 르완다라는 국가에서도 여러 종류의 커피를 접할 수가 있고, 전문가나 신의 미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나에게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커피콩 자체의 로스팅 상태나 퀄리티보다는 좀 더 종합적인 '경험의 질'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키갈리 모든 외국인들의 사랑 Question Coffee 혹은 Q coffee(큐커피)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엄청 고오급진 입맛을 가지고 있지도, 엄청나게 예민한 미각으로 에스프레소의 산미와 풍미, 바디감을 구별할 정도의 커피 소믈리에 또한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커피, 아무렇게나 내린 커피도 커피라거나 형식만 같다고 다 비슷한 커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뚜렷한 커피 취향이 있기는 하지만, 블랜딩(blending), 싱글 오리진(single-origin), 어떤 방식의 로스팅이든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커피를 맛보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되고 서빙되는 커피, 예를 들자면 - 드립, 에스프레소, 라떼 등의 커피 음료를 즐긴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커피가 드립이나 에스프레소에 더 잘 어울리는지 내 취향을 토대로 나만의 커피 찬장을 만들어가는 것을 즐긴다.


커피콩이 드르륵드르륵하고 갈리는 소리도 좋아하고, 누구나 그렇듯 향긋하고 감미로운 자극적이지만 은은한 커피 향도 좋아하고, 타들어가는 더위 속에 목 넘김이 시원한 아이스 라떼도, 똑똑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힐링되는 드립 커피도, 머그를 감싸 안은 두 손바닥으로 시작해서 온 몸 가득 따뜻함과 깔끔한 맛을 선물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도 좋아한다.


근데 이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좋은 커피 추출 도구의 소유자이거나, 고급 커피빈에 돈을 많이 투자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르완다에서 처음 모카포트를 사용해보고 있으며, 베트남식 드리퍼 (caphe phin)와 하리오 드리퍼/서버 세트를 아주 만족하며 즐겁게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르완다 키갈리에 가장 좋아하는 커피숍이 하나 있고, 그곳 외에서도 커피를 시도하며 소소한 행복 찾기에 도전한다.


나에게 커피는 단순히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료를 넘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 주는 음료이기도 하다. 그것이 집이던지 밖이던지, 커피 위에서 나누는 대화는 밥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들과는 또 다르다. 

또한 요새 더욱 다양해진 커피 선택권 속에서 개개인의 작은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창구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은 못 해주더라도 맛있는 커피와 다과 정도는 항상 대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홈카페가 주는 특유의 조용함, 아득함, 충만감이 있다면 또 카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 편리함, 외로운 소속감 등의 행복도 있다. 요새는 캠핑을 가도 다양한 커피 용품으로 카페에 뒤지지 않는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시대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커피 용품들이 많은 시대에 산다는 것이 정말 신기한 일인 것 같다.





힙한 이들의 조용한 성지, 인조라 카페


매거진의 이전글 단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