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Claude Monet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The Water-Lily Pond
1917-20
100 x 200 cm
2021년 4월, 약 2만 3천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 작품 리스트가 공개되었을 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작품 중의 하나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모네의 수련 시리즈 약 250여 점의 작품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비슷한 시기인 2021년 5월 12일, 뉴욕의 소더비 Sotheby’s 경매에서 모네의 수련 작품 하나가 거래되었다. 이건희 컬렉션의 ‘수련이 있는 연못’ 작품이 얼마나 될까에 관심이 모아지던 시기라,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경매가에 관심을 가졌다.
Le Bassin aux Nymphéas by Claude Monet. PHOTO: JULIAN CASSADY PHOTOGRAPHY, COURTESY OF SOTHEBY'S소더비 경매의 수련 작품은, 예상가인 4,000만 달러(약 450억 원)를 훌쩍 뛰어넘은 7,040만 달러(약 798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것을 보고, 이건희 컬렉션의 ‘수련이 있는 연못’ 작품 가격 또한 그렇다면 800억 이상 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모두들 놀랐다.
Portrait of Claude Monet, by the photographer Nadar in 1899Claude Monet 1840 - 1926,
인상주의의 거장이자 인상주의의 문을 연 화가로 불리우는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이다. 그의 해돋이 시리즈 작품 중의 하나인 ‘Impression, Sunrise 인상, 해돋이, 1872’의 작품명에서 이름을 따 온 인상주의 Impressionism 이다.
Impression, Sunrise, 1872, Claude Monet, Musée Marmottan Monet짧은 시간 안에 순간순간 변화하는 빛 Light 을 그려 넣어야 했기에 짧고 빠른 붓터치를 구사하게 되는데, 이러한 붓터치로 인해 처음에는 너무나 무성이해 보이는 작품으로 엄청난 비하와 폄하를 받는다. 그림 같지도 않은 작품, 벽지로도 쓰지 않을 작품, 초벌 스케치 정도의 작품 등으로 취급당하다가 점점 사람들이 작품 속의 빛을 읽어내게 되면서 매료되고, 그림 또한 하나 둘 팔리게 되었다.
1874년 첫 인상주의 전시회에 대한 캐리커쳐. '미술의 혁명, 그리고 끔찍한(무서운) 시작’모네가 처음부터 이런 짧고, 빠른 붓터치 기법을 사용했던 건 아니다.
그의 초창기 작품을 보면, 우리가 아는 사실적인 묘사에 바탕을 둔 클래식한 작품을 그렸던 화가임을 알 수 있다.
Jardin à Sainte-Adresse (Garden at Sainte-Adresse 생타드레스의 테라스), 1867, Claude Monet, The Met영국 해협 English Channel 에 가까운 프랑스 르 아브르 Le Havre 의 해변 휴양지인 생타드레스 Sainte-Adresse 의 테라스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모네의 아버지이며, 바로 옆에 항상 모네 편을 들어주었던 숙모, 앞쪽에 조카가 보인다. 바다와 테라스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뒤쪽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듯이 보는 시점을 채택한 게 인상적이고, 이러한 시점을 통해 하늘, 바다, 테라스를 3단으로 나눠 그려 넣은 게 대단히 놀랍다. 잘 찍은 여행 사진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인 묘사에 가까운 클래식한 풍경의 작품이다.
이러한 그림을 그리다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1870-71)이 일어났던 기간 동안 군 징집을 피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영국의 국민 화가 윌리엄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의 빛 처리에 깊은 인상을 받아, 그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그리게 된다.
Sun Setting Over a Lake 호수 위로 넘어가는 해, 1840,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The Met아, 터너의 이 작품, ‘Sun Setting Over a Lake 호수 위로 넘어가는 해’ 를 보고 있으면 모네의 ‘Sunrise 해돋이’ 작품이 오버랩되어 보인다. 모네가 터너에게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터너의 작품이다.
Woman with a Parasol - Madame Monet and Her Son 양산을 쓴 여인 - 모네 부인과 아들, 1875, National Gallery of Art,위 작품은 무엇을 그린 걸까?
모네의 부인인 카미유 Camille Monet 와 아들 장 Jean Monet 을 그린 걸까? 그 보다는, 이 작품에서 모네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햇살’과 ‘바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햇살과 바람을 시각적으로 이렇게 잘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몰입,
몰입도가 어마어마한 모네이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모습의 시리즈 작품을 많이 그려낸다. 우리가 흔하게 시골 농촌에서 볼 수 있는 건초더미를 어쩜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Haystacks Series, 1890-1891, Claude Monet
2019년 5월 15일 뉴욕 소더비 Sotheby's 경매에서 US$110.7M(약 1,210억 원)으로 거래된 모네의 건초더미 작품루앙 대성당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모네는 성당 바로 옆에 약 두 달 반 동안 방을 얻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성당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다.
예술가의 엄청난 노력과 광기(?)마져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Rouen Cathedral Series, 1892-1894, Claude Monet모네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기에, 한 가지 대상을 가지고 이처럼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가 우리에게 주는 그림 그리는 팁을 보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When you go out to paint,
try to forget what objects you have before you, a tree, a house, a field or whatever.
Merely think here is a little square of blue, here an oblong of pink, here a streak of yellow,
and paint it just as it looks to you, the exact color and shape.
당신이 그림을 그리러 나갈 때,
당신이 전에 가지고 있던 대상에 대한 생각은 잊도록 노력해라.
나무, 집, 들판…
단지,
작은 파란색 정사각형, 핑크색 직사각형, 노란 선들이라 생각하고,
당신에게 보이는 그대로 정확한 컬러와 모양을 그려라.
- Claude Monet -
아, 기존에 가지고 있는 대상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 생각, 고정관념을 먼저 비우고 시작하라고 하는구나. 그러면 비로소 보이는 모습들! 생각이 아닌, 정확한 눈으로 본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구나. 시시각각 다양한 빛 Light 이 담아낸 모습을 보려는 노력, 인상주의의 대가답다.
지베르니 정원 Giverny Garden,
1890년, 그의 나이 50세 때 어느 정도 그림도 팔리고 이름도 알려지게 된 모네는 1883년부터 렌트해서 살고 있던 지베르니의 정원이 달려 있는 저택을 구입하게 된다. 이때부터,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은 가든’이라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애착을 가진다. 물이 많지 않았던 가든에 정원사들에게 공사로 물을 끌어오도록 해 물도 풍부하게 만든다. 일본 정원의 모습을 따 제페니즈 브리지 Japanese Bridge 도 넣은 가든을 완성한다. 그러면서 이 가든의 모습, 물 위에 떠 있는 수련의 모습을 많은 작품으로 남긴다.
Claude Monet's Giverny property in Summer - Photo Ariane Cauderlier, giverny.org
Claude Monet Giverny Garden Photo by Ariane Cauderlier, giverny.org
Claude Monet Giverny Garden Photo by Ariane Cauderlier, giverny.org당신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약 40여 년 동안 몰입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감히 엄두조차도 내기 힘들다. 수련 Water Lilies 이라는 주제로 약 40여 년 동안 250여 점의 작품을 남긴다. 직접 정원에 나가 수련을 보면서 그리기도 하고, 스튜디오에서 대작을 완성하기도 한다.
A blue-hued blur of water and plants and reflections of clouds: Monet in his studio in 1920.추상주의 Abstractionism 의 문을 연 인상주의 Impressionism,
약 250여 점의 크고 작은 수련 시리즈 작품들은 처음에는 선명한 가든과 수련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는 구상의 작품 성격을 띠고 있다. 정원의 제페니스 브릿지도 보이고, 가든의 물과 꽃들이 지평선을 가운데 두고 모두 담아낸다.
Japanese Bridge and Water Lily Pond, 1899, Claude Monet, Philadelphia Museum of Art
하지만 시간이 흐리면서, 점점 땅 위의 꽃들과 나무들은 사라지고, 그와 더불어 지평선도 사라지고, 완전 물 위만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뀌게 된다. 포커싱 Focusing 도 넓은 정원을 담은 모습에서 물 위로 좁아진다. 군더더기가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물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형태 또한 단순해진다.
Water Lilies, 1916, Claude Monet, Metropolitan Museum of Art
Water Lilies Agapanthus, 1914-1917, Claude Monet, Saint Louis Art Museum또한, 노년에 백내장까지 앓게 된다. 백내장을 앓게 되면 붉은 계열의 색이 상대적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더 잘 통과하게 되어 잘 보이게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색상의 급격한 변화까지 두드러 진다.
Le Pont japonais, Giverny, 1920-1924, Claude Monet, Museum of Fine Arts, Houston
Water-Lily Pond, Evening, 1920 - 1926, Claude Monet, Kunsthaus Zurich작품명이 없다면, 누가 이 모습을 물 위에 떠 있는 수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색의 변형에서 물체의 변형까지 진행된다. 추상화 느낌이다. 이 느낌 때문에 인상주의가 추상화의 문을 열었다고 하는 이유이다. 인상주의가 처음에는 빛을 어떻게 하면 색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에 고민하면서 색의 분할을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이러한 물체의 분할까지 닿게 된다. 인상주의가 추상주의와 닿아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Water Lilies Pond,1914 - 1926, Claude Monet, Museum of Modern Art수련이 담아낸 3가지 요소
모네는 자신의 수련 작품에 3가지 요소를 담았다고 얘기한다. 수련 Water Lilies, 수련 아래에 보이는 물 Water, 그리고 저 위의 하늘이 반사 Reflection 되어 물 위에 비쳐 보이는 하늘 Sky, 이 세 가지 요소를 수련 작품 속에 담아냈다고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수련만 그린 게 아니라, 하늘까지 함께 담아낸 수련의 작품이라 구름과 파란 하늘이 더 환상적인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는 듯하다.
Clouds reflected in the water in a pond in the Leo Mol Sculpture Garden in Winnipeg maryloudriedger
Nymphéas (Water Lilies), 1914 - 1926, Claude Monet, Musée de l'Orangerie, Photo from Meilan Solly이건희 컬렉션, Le Bassin Aux Nymphéas (The Water-Lily Pond) 수련이 있는 연못,
이제야 이 수련 작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인다.
하얀색 구름이 어떻게 물 위에 떠 있는지 보인다. 물 위에 구름이 떠 있는지, 구름 위에 물이 떠 있는지 가리기가 쉽지 않을 만큼 황홀하다. 구름 안의 다양한 컬러는 마치 주위 자연의 색을 하나 둘 주워 담은 듯하다. 색감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 위에 떠 있는 수련 또한 멀리서 봤을 땐 꽃 모양처럼 보이게 살짝 그려 넣은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꽃 색깔이 너무나 이쁘다. 꽃 안에 노란색, 하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을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수련일 줄이야… 수련의 잎 또한, 또 다른 하얀 구름 조각처럼 물 위를 가벼운 몸을 맡기며 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어느새,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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