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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Nov 22. 2021

#16. "나 한국에서는 되게 내향적이고 조용해..."

on the road

여행은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내가 뭘 좋아했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내가 누구인지,


사람마다 느끼는 건 조금씩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기가 몰랐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묘한 감정이 든다.


이런 얘기를 하자니 유독 생각나는 여행자가 한 명이 있다.

이카에서 극적으로 만나 남미 여행 끝까지 중간중간 만났던

지연이 누나가 생각이 난다.

콜롬비아에서부터 여행을 해 온 누나는

여행 내내 흥에 차오르다 못해 정신이 나갈 정도로 텐션이 높았다.

특히, 아레키파에서 그래피티를 보는 날 밤,

이 누나가 어디서 약을 하고 왔나 싶을 정도로 텐션이 엄청났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

라고 말하며 방방 뛰어다니니

그래피티 하는 예술가를 둘러싼 수십 명 사이에서

예술가보다도 누나한테 사람들의 시선은 더 집중이 되었다.


한바탕 정신 사납게 놀고 난 후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시며 여행 얘기가 아닌

여행을 떠나 오기 전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많은 얘기들 중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말이 있다.


나 한국에서는 되게 내향적이고 조용해...

누난 한국에서 어땠냐는 질문에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정신 사납도록 뛰어다니던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니 쪼금... 웃기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나는 그 말이 정말 다르게 해석이 되었다.


와카치나 사막에서

누나의 본모습은 이렇게 외향적이고 밝은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는 그 각박한 사회에서 본인을 숨기고 산다는 걸로 나는 해석을 해버렸다.

얼마나... 슬픈일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잠시,

돌이켜보면 나 또한 한국에서 나의 모습과 여행 중인 나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한국에서도 밝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초등학생 정신세계에서 못 나온 나지만

외국에서는 어떤 고민도 걱정도 없이 오로지 그 순간을 즐기기 때문일까...

나의 모습은 어머니 뱃속에서 막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맑았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다 보면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이 사람 눈치를 보고 저 사람 눈치를 보게 되는 한국 사회에서 벗어나

비행기에 발을 올리는 순간부터 잠깐 동안이지만 우리는 그 순간만을 즐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만한 흑역사를 쓰기도 한다.


또한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는 원래 있던 곳에서 점점 희미해져 간다.

매일 쫓기던 삶,

무얼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

그곳에서 벗어나 우리는 행복을 찾고 허물 벗긴 나를 알아간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는 자신을 조금 더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여행을 해야 하는 핑곗거리가 하나 더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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