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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Mar 22. 2022

#23. "우리 형"

Bolivia. Uyuni

아직 녹초가 된 몸이 다 풀리기도 전에 다음 도시로 이동을 한다.

녹초가 된 이 몸을 한 방에 다 풀어줄 것만 같은 다음 도시였기에

여기서 휴식은 사치라 생각했다.




밤 버스를 타고 약 8시간을 달리고 달려

먼지만 흩날리고,

고층 건물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깨끗한 듯 지저분한 도시,

하지만 한국인이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우유니에 도착을 했다.


숙소에 미리 얘기를 해뒀기에 새벽 5시쯤이었지만

천사 같은 숙소 사장님이 체크인을 받아줬다.


이번 숙소는 고민을 일도 안 하고 바로 결제부터 해버렸었다.


이유는 단 하나, 학선이형!!

이카에서 만났던 학선이형이랑 일정이 맞아서 우유니에서 같이 투어를 하기로 했다.

뭐든 오케이를 외치고 "헤헤"웃고 있는 형을 너무 좋아했어서

형이랑 다시 여행을 함께 한다는 마음에 한껏 들떠있었다.


나보다 하루 먼저 우유니에 도착했던 형은 내가 도착했을 때 일출 투어를 가고 없어서

형이 올 때까지 잠깐 침대에 뻗어 기절했다.


해가 뜨고 주변 닭들이 목청이 터질 듯 울 때쯤

방문을 열고 형이 들어왔다...

학선이형

일정이 마음 가는 대로 무작위로 바뀌고 고독을 즐길 줄 아는 형이었기에

이카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학선이형...


미친 듯이 반가운 마음에 격하게 인사를 나누고

먼길을 버스에서 보내느라 피곤에 눈이 뻘게진 나와

새벽에 투어를 가서 막 도착해 피곤에 눈이 뻘게진 형은

각자의 침대로 가서 피로를 조금 풀기로 했다.




우유니는 여러 종류의 투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투어사가 존재한다.

일출 투어, 데이투어, 일몰 투어, 스타투어, 1박 2일 투어

그리고 많은 투어사들이 있는데

"우유니!!! 우유니!!!" 사람들이 노래를 불러서일까

남미에서 그렇게 한국인을 보기 힘들었는데

그 많은 투어사에 예약자 이름은 죄다 한국 이름이었다.


반가운 한글을 보고 우리도 며칠 동안 즐길

여러 가지 투어를 확인만 하고

작은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우유니는 생각보다... 할 게 없었다...^^

우유니는 진짜 소금사막만을 위해 오는 곳인가 싶었다.


어느 정도 한 바퀴 돌아보고 숙소로 들어갔는데

새로 들어온 한국인 두 분이 드론을 만지고 있었다.


우유니에 가면 수없이 사진을 찍어댈 텐데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함께 간다면

아주 훌륭한 여행이 될 거라는 야망을 품었다...^^

물론 나도 같이 투어 가는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열심히 찍어줄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드론을 보자마자 저 사람들이랑 같이 투어를 꼭 가야겠다...라는ㅋㅋㅋㅋ

가증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얘기를 이어나갔다.


이런저런 여행 얘기를 하다 보니 이 누나들은 보통 멋진 누나들이 아니었다.

NORTHFACE를 다니다 30살에 모든 걸 털어내고 답답한 한국을 잠시 동안 벗어났다고 했다.

워킹홀리데이에서 돈을 모아 세계여행의 시작점에 선 누나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대구사람이라서 더더더 반가웠다.


그렇게 학선이형이랑 누나들이랑 같이 일몰 투어 예약을 했다.


해가 저물기 2시간 전쯤,

카메라, 드론 그리고 따뜻한 방한도구를 바리바리 싸매고

투어사로 다 같이 발길을 옮겼다.


작은 낡은 차에 올라타 어디론가 달리더니 어느새 낯선 곳에 와있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우유니 소금 사막의 입구로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바닥에 거울이 있는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형이랑 나

하~~ 얀 아스팔트 같은 바닥에

끝이 안 보이게 쭉 펼쳐진 드넓은 곳...

드넓은 바다와 드넓은 초원들은 봤지만

이렇게 드넓은 아스팔트는 처음이었다.


가이드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가 밟고 있는 이곳도 아스팔트가 아닌 소금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우기가 아니라서 우리가 인스타에서 봤던 그런 반사되는 곳이 없는가 아쉬웠지만

우기가 아니더라도 물이 많은 곳을 직접 차로 찾아갈 거니

걱정 말고 지금 이곳도 한 번 즐겨보라고 한다.


인스타에서 봐왔던 그곳은 아니었지만 아스팔트도 우리에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주섬주섬 장비를 꺼내 미친 사람들처럼 셔터를 눌러댔다.


우유니에서 하는 원근법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차에 올라타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냥 막 찍어보기도 하고

역시 우유니 우유니 하나보다...

아스팔트 소금


들뜬 마음으로 소금 위를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니

이제 진짜 뭔가 우유니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우유니를 정말 살짝 맛만 봤지만 앞으로 우유니 여행이 너무나도 기대되고

고된 와이나 포토시 이후로 정말 휴가를 온 듯한 느낌에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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