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한 지 한 달이 되었어요. 휴직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없어지면 학교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도 있었어요. 없던 일도 만들어 일 하는 부장 밑에 부원은 고생한다는 말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때문에 괜히 주변 사람들한테 없던 일 생기는 게 민폐라 하길래 저는 학교를 위해 필요하다 생각하고 벌린 일들은 최대한 많이 맡아했었어요.
점심시간에 산책 한 번 못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일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알아서 미리 준비하고, 학교에 필요한 자원을 끌어오고, 학교 밖으로도 연결망을 확장해나갔죠. 학교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5년은 내다보고 올해 해야 하는 과제를 생각하고, 그 과제에 필요한 올해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했어요. 지역에서 학교를 주목할 수 있게 사적인 시간도 투자해가면서 노력했어요.
안정기에 들어가기 위해 체계를 잡아둘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고, 기존 것에서 새롭게 바뀌어 나가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잡아나갈 것이 많았어요. 저의 성격이 모험적이고, 진취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보통의 다른 교사들의 성격과 크게 다르기도 했고 그런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저만의 역할로 생각하고 쉬지 않고 6년간 근무했어요.
2년 차 때 3학년 담임과 3학년 부장을 했고, 3년 차 때 방과 후 학교 운영 부장과 3학년 담임과 3학년 부장을 했어요. 이후 과 부장직도 겸하게 되고 역할은 계속 추가로 더해져 갔고, 5년 차부터는 교육연구부장까지 하게 되었어요. 나이에 비해 너무 이른 직책들과 다중의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본래 그 직책에 충분하진 않았어도 부족함 없이는 하려고 항상 긴장감에 노력했어요.
이렇게 일을 찾아 벌린만큼 스스로가 책임감 있게 해냄으로써의 장점은 업무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높아져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업무량으로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과 소속교의 성과가 많이 생기고 명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단점은 일을 하는 사람만 하고, 일을 하는 사람만 할 줄 알고, 제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 학교가 한 일로 과장되게 되고, 함께 해나갈 동료는 물론 후배 양성이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저 나름 저의 방향성에 지지해줄 수 있는 동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저의 행동들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저의 행동들을 배우고자 하고, 물어보고, 함께하는 걸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 나섰어요. 그렇게 부원과 협력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그렇게 업무를 같이 해나갈 동료를 1명씩이라도 동의 하에 만들었어요.
제가 벌린 일을 혼자 하던 때에도 너무 고독하고 벅찼지만 함께 할 사람을 많은 대화와 많은 시간을 나누면서 꾸역꾸역 찾아내야 한다는 것과 온도차가 크게 나지 않도록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고 따라오게 기다려주고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한 명이라도 함께 공감하고 솔선수범해주면서 도와주는 자체가 저한테는 정말 큰 행운이었고, 고마운 일이었어요.
업무량이 크게 경감되는 게 아니더라도 힘이 났고, 즐거웠고, 무엇보다 함께 한 동료가 좋은 교사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함께 힘든 과정을 의지하면서 겪어낼 수 있다는 것과 모든 게 끝났을 때 그 과정을 서로 공감하고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값진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의 짧고 굵은 경험이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기쁨이었어요.
하지만 이러한 몸부림을 함께 할 수 있는 교사는 전체 인원에 비해 너무 적은 수였어요. 아니, 한 손안에 셀 수 있는 정도의 수였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거기까지였어요. 한 단계씩 더 쌓아가야 하는데 저는 또 다른 것을 새로이 개척해야 했지만 또 '쟤가 알아서 잘하겠지'에 대한 당연한 기대로, 업무를 이어가줄 사람을 배정해주거나 기반을 다져주거나 하지 않았어요. 요구를 했지만, 여건이 여유치 않아 어쩔 수 없다는 피드백뿐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쌓아 놓은 성이 모래성이 되어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는 걸 보는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이렇게 매 년 쌓고 무너지는 그 일들은 학교의 자랑이 되어 마치 학교 행사나 커리큘럼처럼 홍보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멈출 수 없었어요. 빈껍데기의 화려한 성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허탈함이 가득한 연말을 맞이하는 게 매년 반복되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보였어요. 아, 아무리 시작은 '나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였을지 몰라도 6년이 지난 지금만 보더라도 '내가 알아서 다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할 이유가 없던 거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래서 결정했었죠. 휴직을 하기로. 이미 앞으로 5년 내에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고 눈에 선했지만, 그건 제가 아니어도 학교 구성원들이 해내야만 하는 과제인 거란 걸 깨달았어요. 제가 하면 모두가 수월하고 편하겠지만, 제가 하면 저는 무너지고 망가지고 부서질 거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결정했어요. 내가 없어져야겠다. 처음에는 '내가 없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하며 합리화하려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는 그 말. '네가 없어도 다 어떻게든 돌아갈 거야' 이 말을 더욱 새겼어요. 정말 없어져보자!
그래, 내가 없어도 어차피 어떻게든 돌아갈 건데 몸도 마음도 다 망가져버린 제가 지금 더욱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태를 지속하면 학생들에게 건강한 교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계속했다가는 제가 싫어하는 교사의 모습으로 될게 분명했어요. 자신의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학생들을 들여다보지 않는 외면하는 교사 말이에요. 그래서 휴직을 결정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 다운 교사이고 싶었어요. 저 답지 못하게 현실의 어려움에 무릎 꿇고, 눈 가리고, 귀를 막고, 출석하듯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았어요. 좀 더 편하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 하고 살기도 싫었어요. 저 답게 행복하고 에너지 넘치는 교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휴직을 결정했어요. 저는 저를 다시 건강하게 정비해야 하는 교사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휴직을 했어요. 아직 좀 어색하고 낯설고 혼란스럽긴 하지만 휴직 본연의 이유를 다시 새기고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