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상과 단절이 필요한 휴직

내 인생에 지금 필요한 것

by 코랄코튼




휴직한 지 1달이 다되어가고 있어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근래 들어 더 핸드폰을 쥐고 살면서 SNS를 들여다보고, 나왔는데 곧 또 들어가 보고, 새로고침을 하고, 가입한 온라인 카페 새 글이 생겼나 확인하고, 메일함에 광고 메일도 하나하나 확인하고, 중고거래 올린 글에 대화가 열렸는지 확인하고, 카톡 메시지 수 알람 표시에 1이 뜨는지 확인하고 있는 제 모습을 인지하게 되었어요. 외부와의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알아요 저는, 제가 이런 모습은 일단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요. 우울한 사람들의 증세이기도 하지요. 이다음 단계로는 SNS의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고,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스스로 만들어내 가는 그 순간이 오겠죠? 아차, 그러면 안되는데!! 스스로 다짐을 하나 해요. 내 SNS 계정 업로드를 잠깐 쉬자.


요즘 많이 듣는 안부인사가 이렇더라고요. '잘 지내죠? SNS로 근황 잘 보고 있어요.' 저 역시 SNS를 통해서 수많은 지인들의 안부를 스스로 확인하곤 하죠. 그러다 안부 인사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 말을 한 두 번 계속 듣다 보니 SNS로 내 안부를 대신 확인하는 게 괜히 싫어졌어요. 직접 물어봐야지, 나랑 대화를 해야지, 나랑 만나야지!! 그래서 괜히 SNS 의존을 줄이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을 여기다 풀었죠. 내 소식을 전하지 말자! 그러면 괜한 사람들이 내 안부를 함부로 확인하지 못하겠지? 내 안부가 정말 궁금하면 나에게 연락을 하겠지? 괜히 이 핑계로 SNS에 제 일상을 올리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휴직한 덕에 시작한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우편함을 보았는데, 고지서 사이에 편지봉투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제가 보냈던 연하장에 답장이 온 거예요. 정말 신났어요! 그래, 이런 소통이야!! 히히히히 웃으면서 집에 들어와 우편을 뜯었는데, 감동에 울컥하더라고요. 제가 연하장을 매년 쓰는 이유가 편지라는 수단 자체가 오래 남는 기록물이며, 틀리지 않기 위해 신경 써서 쓴 글에서 정성과 진심을 느낄 수 있고, 디지털 메시지보다 훨씬 느린 소통 수단이기 때문에 순간보다는 영원을 기록한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디지털 메시지는 빨리 보는 의미라면, 편지는 두고두고 다시 봐도 그 순간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추억의 의미거든요. 그래서 그 가치를 전해주고자 연하장을 쓰는데, 저한테도 편지로 답장이 온 거예요! 정말 행복한 순간이죠!

편지를 읽고 너무 감격해서 또 답장을 빼곡히 썼어요. 그리고 이전부터 그려드리려 했던 자녀분들의 얼굴을 그려 선물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순간 느꼈어요. '아.. 그림을 그려 드리기로 한 지 1년 만에야 그리는구나. 내가 쉬는 덕에 이렇게 드디어 보답을 할 수 있게 되는구나!'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나갔고, 어떤 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집중하는 순간을 정말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 행복했어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약 4시간 동안 핸드폰을 한 번 안 쓴 거예요. 전 그동안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이건 또 무슨 일인 걸까요? 학교 관련 선생님 3분한테서 메시지가 와있던 거예요. 평소 같았으면 바로 확인하고 '그래, 내가 도움이 되어야지.' 생각했을 텐데, '난 일하는 중인 게 아니니까 퇴근 시간인 5시 이후에 연락드려야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지금 제가 그리고 싶던 그림을 그리며 집중했던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그림은 완성이 됐고, 그림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굿즈까지 주문을 맡겼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저의 시간을 써서 해내고 나니까 정말 뿌듯했어요. '그래, 이건 휴직했으니 가능하지. 잘했다. 정말.'


저녁 5시가 지나고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렸어요. 한 분은 오랜만에 얼굴 보자고 연락을 주셨고, 두 분은 학교 일에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을 주셨어요. 손뼉 칠 때 떠나려고 휴직 타이밍을 몇 년 동안 고려해왔고, 휴직에 들어간 뒤에도 학교에 피해 가지 않게 하려고 저 나름 1년을 잡고 인수인계를 하고, 매뉴얼도 만들어 놓고, 일도 가르쳐놓고, 자료도 정리해두고 왔어요. 저의 부재가 값지게 느껴졌음 하는 바람도 크지만, 그만큼 많은 선생님들이 제가 아닌 서로를 의지하며 일을 분배해서 열심히 하시길 바랐거든요. 그러다 보니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주신 것이 정말 반가운 현상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조언을 하면서 듣게 된 학교 소식은 정말 제 삶의 평화를 깨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일하면서 학교와 교사에게 느꼈던 한계점, 답답함이 그대로임에 놀랐고, 그 모습을 변화시키려고 부딪히고 목소리를 냈던 제가 그곳에 없다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어요. 그동안 학교에 놀러 오라는 얘기를 몇 번 듣다 보니 지친 마음이 좀 더 빨리 치유되는 것 같았었는데, 오늘 학교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저의 지쳤던 마음이 다시 살아남을 느꼈어요. 여름방학은 되어야 할까요. 학교를 오래 떠난 것처럼 그 소식들에 덤덤해지려면요? SNS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제 소식을 알리지 않기 이전에 그들의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저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오늘은 참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 덕에 좀 더 저를 돌아보고 챙길 수 있는 힘이 생겼네요. 앞으로 목표한바처럼 운동도 더 열심히 하면서 건강관리도 하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2세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차차 해나가려고요. 그러기 위해서 잠시 활발했던 저의 안테나 망을 철수시키고, 그들의 세상에서 한걸음 물러나 저에게 집중할 시간을 늘릴 거예요.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더 건강한 제가 되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