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 연대기 _ 여덟 번째 이야기
그날이 왔다.
내가 내 배에 내 손으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날.
나팔관 조영술 받으면서
아주 잠깐 난임시술을 받지 말까 고민했는데
인공수정, 시험관을 찾아보다가
자기 손으로 자기 배에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한 동안 진지하게 난임시술을 받지 말까 고민을 했었다.
아.
이게 또 무슨 일이야.
내가 아무리 경험주의 자지만....
아휴.
내가 내 손으로 내 배에 주사를 놓아야 하다니.
아휴.
그래도
남편과 나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다잡아 주었고,
어쩌다 시간은 흘러서
내 손에 주사가 들려있게 되었다.
이 역시 나의 상상력은 날개를 펼쳤었다.
글로만 정보를 얻었다 보니
백신처럼 냉장 보장을 철저하게 잘 유지하며
매일 거의 동일 시간에
동일한 자리에 주사를 놔야 한다 생각했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사치가 되는 용기가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안심이 되었다.
이 주사약은 신체에 있는 것과 동일한 성분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무해하고, 쌍둥이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거 외엔 해로울 게 없어요~
주사는 놓기 편하신 걸로 처방할게요~
너무 웃겨서 풉 웃었다.
정말 이 의사 선생님은 바쁘신데 짜증도 화도 안 내시고 웃지도 않고 유머를 던지신다.
주사를 안내해주는 분의 열정적인 설명에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사 맞는 방법을 알려주시는데
설명서에 나와있는 거처럼 놓으면 뱃살이 없는 부분이라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배꼽을 위 꼭짓점으로 두고
아래로 정삼각형을 각 변 3cm 정도로 그려서 양끝 꼭짓점이 되는 자리가
살이 많아서 놓기에 안 아프다 하셨는데,
전 어디에도 뱃살이 있는데.. 헤헤.. 하고 말해버렸다.
내가 말해놓고 너무 웃겼다.
심지어 머릿속에 말씀 주신 부분에는 특히 내 뱃살이 유난히도 많이 나와있다는 것도 떠올랐고
또 너무 웃겼다.
아마 날 미친놈으로 보셨을 거 같다.
주사 4일 치를 받아 들고 떨리는 마음에 집에 돌아왔고,
차마 혼자 맞기 무서워서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남편 한데 주사 놓는 방법을 설명해줬고 응원해달라고 했다.
1. 주사기에 약을 225로 맞춘다.
2. 주사 놓을 살을 소독솜으로 문질문질 닦는다.
3. 주사 바늘을 꽂는다.
4. 한 손으로 뱃살을 잡고
5. 한 손으로 주삿바늘이 다 들어가게까지 45도 ~ 90도로 꽂는다.
6. 뱃살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7. 주사기 뒤를 눌러 수치가 0이 될 때까지 약을 넣는다.
8. 주사기를 빼고
9. 바늘을 다시 뽑고
10. 냉장고에 남은 약 주사기를 다시 넣는다.
겁을 낮추기 위해
볼펜처럼 생긴 주사기를 한 참 관찰했다.
귀엽네 주사기가~
와~ 이렇게 수치를 바꾸면 바뀌는구나! 도 도 도 도 독 ~
바늘이 덜 무섭게 생겼어 얘는, 다른 모델은 엄청 무섭게 생겼던데!
마음이 정말 편해졌고,
신기한 경험,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나에게 충분한 호기심 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주사 바늘은 내 배와 가까워지지 않았다.
남편이 그렇게 주사기 바늘 꽂고 오래 들고 있음 안된다고
빨리 맞아야 한다 했다.
갑자기 멍했던 정신이 확 들었고,
나는 너무 무서워져서 징징거리면서
빨리 놓을 테니 재촉하지 말아 달라고 하며 심호흡을 했다.
옆에서 남편이 '할 수 있다!'를 외쳐주었고,
나는 내 배를 과감히 잡고
내 배에게 '따끔해요~'라고 했다.
그래, 내가 이 '따끔해요'에 얼마나 길들여졌는데,
백신도 그렇게 잘 맞았잖아!
따끔해요~를 지나
바늘을 수우욱 밀어 넣는데
생각보다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 가자!!!!!!
바늘이 안 보일 정도로 넣었고, 주사기를 누르는데 약이 잘 안 들어갔다.
남편이 손! 손 떼어야 해!!
아! 맞다!!!!
나의 뱃살을 지켜주던 왼손을 치우고
약을 뱃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주사기에 225 숫자가 핑핑 돌며 0으로 내려갔고,
바늘을 수욱 뽑았는데
바늘 뽑는 순간이 더 따가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배에는 작은 구멍이 생겼다.
남편이 주사기를 받아주고 바늘을 빼서 정리해주었고
밴드를 가져와서 붙여주었다.
내 튀어나온 지방 뱃살에 밴드를 붙이며
고생했어~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