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 연대기 _ 열 번째 이야기
4번째 주사를 맞은 날 밤부터
다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운동도 안 했는데,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왜 이렇게 답답하고 저리는 것 같지?
시간이 지나도 서서히 더 아프면 아팠지
더 나아지진 않았다.
남편한테 다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주물러 주었다.
하지만 이건 뭔가 주물러서 나아질 상태가 아니라
아프기 시작하는 거였다.
음... 이상하다
그렇게 잠에 들었다.
하지만 자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을 설쳤고
허리부터 발끝까지 서서히 몸살 증세가 퍼지기 시작했다.
상체는 멀쩡한데 하체가 저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다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아파왔다.
다리를 높여놔도 아프고, 마사지를 해줘도 아프고,
그냥 둬도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게 아팠다.
그렇게 잠을 설치다 잠에 들었고
아침에 한결 나아진 다리를 느끼고 다행이다 싶었다.
근데 그 순간 다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장실을 가려고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엉덩이 양쪽 근육이 뻐근하니 아팠다.
와.. 이게 뭐야!
심지어 생리통도 없던 내가
작년부터 생리통이 조금 생긴 것도 서러웠는데
이건 뭐 생리도 이제 끝난 마당에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훨씬 강한 생리통을 경험했다.
아랫배가 싸하고 텅 비어버린 것처럼 골반뼈가 시렸고
아랫배가 부어 팽창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다리가 계속 아팠다.
이게 뭐야아아아!!
하체가 하루 아파서 그런지 등도 아프고
두통도 오기 시작했고
약간의 식은땀도 느껴졌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이래저래 한참 찾았다가
과배란 주사를 맞고 호르몬 균형이 깨져 나타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그리고 그 글에서
호르몬 균형이 깨지는 건 부작용이 아니라 당연히 변화를 준 결과라 하였다.
그렇네.
맞네.
내가 호르몬의 변화를 준거잖아.
호르몬의 힘은 정말 강하구나!
이렇게 나를 한 순간에 힘없는 환자처럼
만들어버리다니!
지금도 이 정도니,
정말 임신한 뒤부터 사람들이 겪었다는 그 심난함은
어찌 이겨내리오.
남편과 임신과 관련한 호르몬 변화와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
그 상황과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잠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정말 사회적 지지가 얼마나 중요할지
미리 경험해보는 순간이었다.
내 남편이 잘해줄 거라 믿지만,
나 역시도 잘 해내야 할 텐데 괜히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호르몬의 노예가 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인
맛있는 식사 하는 시간 동안 빼고
꾸준히 계속 아파왔다.
어릴 때부터 어떤 아픈 순간이 있더라도
밥 먹을 때는 하나도 생각 안 났었는데,
그 모습은 여전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픔에 신경을 안 쓰면 느껴지지 않는 건 알았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지?
계속 뭘 먹어야 하나?
오늘도 인생의 최대 몸무게를 갱신해놓고?
와.. 정말 묘하게 무기력해지는 통증이다.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마음도 몸도 머리도 그냥 쉬기만 했다.
오랜만에 집에서 편하게 영화도 봤다.
이건 참 좋았다.
그리고 5번째 주사를 놓았다.
오늘은 새로운 키트
2번째 키트를 열어 주사를 놓았는데,
이게 속도가 좀 붙어서
냉장고에서 나오자마자 거의 바로 놓다 보니
바늘에서 무언가 흘러 들어가는 게 뱃살에서 느껴졌다.
다음엔 실온에 살짝 좀 뒀다가 맞아봐야겠다.
그렇게 아프다면서
1번째 키트는 나름 또 기념품이라며
좋다고 수집해두었다.
이럴 때 보면 난 참 웃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