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이야기

나의 난임 연대기 _ 열한 번째 이야기

by 코랄코튼

벌써 과배란 유도 주사를 6일 치 6번을 맞았다.

내 배꼽 양 옆 살에는 각각 3개의 붉은 바늘구멍이 보인다.


그리고

인공수정 과정으로 세 번째 병원을 방문하였다.

의사 선생님을 뵈려면 보통 1시간 ~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만큼 절실해서 그런지 당연하게 느껴졌다.


앉아있는 동안에 대기하는 곳에 있는 TV 모니터에서는

여러 가지 콘텐츠가 나온다.

병원 소개, 의사 선생님 인터뷰, 난임 시술 과정,

그에 필요한 주사 사용법, 임신 성공 후기 등

혼자 병원을 간 날에는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고

그 모니터만 계속 보고 있게 된다.


오늘은 특히 더 주의 깊게 보다 보니

콘텐츠 재생이 1바퀴 다 돌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다 진료실 문이 열리면서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들렸다.


오? 축하할 일이 생긴 건가?

그게 뭐지?

아이가 생긴 건가?

아이가 생긴 후에도 난임센터를 와야 하는구나?

혼자 호기심이 발동해서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보던 화면에서 임신 성공 후기가 나왔는데

정말 많이 힘든 사람들이 많고,

그들에게도 천사 같은 아기들이 찾아왔다는 게 나왔다.

그리고 아기가 안정기에 들기까지는

계속 난임 병원으로 진료를 받고,

그 이후에 산부인과로 넘어가는 거 같은 내용이 나왔다.


아..

그분은 이제 아기가 생긴 상태이구나!

정말 축하할 일이었고,

내가 듣고 싶은 얘기였다.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역시나 초음파를 받으러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난포가 자라는 것을 보여주셨다.

저번에 왔을 때는 3개가 크기가 같아 보였는데

이번엔 양쪽에 한 개씩은 월등히 크게 보였다.


"왼쪽이 훨씬 큰 상태네, 빨리 자랐구나."


"양쪽 해서 약 10개 정도 자라고 있네요~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

헌데, 시험관이면 이대로 계속 키울 텐데

인공수정이라 수가 감당이 안될 거 같아 겁나네~

이제 조율을 해야겠네요!"


진료실에 들어가서 추가적인 설명을 들었다.

10개... 라니 덜덜


음.. 난포가 잘 자라줘서 아주 좋은데

인공수정은 너무 많으면 안 되니까~

양쪽에 2개씩 해서 3~4개 정도 배란시키는 걸로 하고

난포가 더 안 자라게 하는 주사도 병행하면 되겠어요~

배란 유도 주사는 용량을 줄여줄게요~

하루에 주사 2개씩 맞고 3일 뒤에 보면 되겠네요!


음?? 주사? 또? 음?

이게 끝이 아녔는가!!!

처음에도 4번 맞으면 될 거처럼 하셔 놓고

2개를 슬쩍 연장하시더니

이번에는 3개를 연장하고 + 새로운 주사를 3개 더 주신다고???


아...

의사 선생님은 내가 겁먹을걸 어찌 알고

미리 말씀 안 해주시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수를 늘려가시다니!


원래 이쯤 되면 난포가 덜 자라게 하는 주사를 맞힐 거였으면서

마치 난포가 빨리 많이 자라고 있어서 겁이난 다며

멈춰야겠다고 핑계를 대시다니


심지어 의사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 위로를 받고 나와버렸다.

"주사 맞는다고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자, 조금만 더 해봅시다!"


하. 하. 하.


뭔가 당한 거 같은데 든든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상해.

진짜 대단하신 분이시다.

근데 이게 2번 당해보니까, 또 다음 주사가 있을까 봐 괜히 걱정됐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는 배란시키는 주사도 맞는 거 같던데?


주사실 앞에서 기다리다 순번이 되어 들어갔다.

어.

이 주사는?


아까 대기하면서 봤던 주사 사용법에 나오던 제품이었다.

저건 너무 아프게 생겼다. 으으으으~ 했던 그 주사!!!!!


와 저번에도 영상 보면서 간접 학습해두었던 주사를 주시더니

오늘도 내가 하필 그 주사 영상을 봤는데

그 주사를 추가로 주시다니.


간호사분이 사용법을 설명해주시는데 집중이 잘 안됐다.

주사기가 너무 무섭게 생겼고,

내가 대기하면서 이미 사용법을 학습해버렸기 때문이다.


안녕히 계세요..

덜덜 떨며 집에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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