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 연대기 _ 일곱 번째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조금 심통이 났다.
그런 거 있던데,
주변에 임신을 준비한다 하면 몸에 좋은 거 선물도 해주고
임신이 어렵다 하면 임신에 도움 되는 좋은 거 선물도 해주고
난 내가 솔직히 주변에 얘기를 자세히 안 해서 그렇긴 한데
괜히 내가 친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왜 나 걱정 안 해줘?
내 애가 어떻게 생겼을 것이다 하며 기대들은 많이 하던데
왜 나 걱정 안 해줘?
이건 무슨
애정결핍이 생긴 건지
나도 모르겠는 이 감정이 괜히 웃기면서 서럽기도 했다.
아냐, 너 잘 생각해봐.
너 위한다고 저번에 ~~ 했었고, ~~ 하고 다니기도 했고, 여행도 가고 어?
네 생일에도 애들이나 동료나 뭐 선물도 많이 받고
축하도 많이 받고
너 생각해준다고 섬세하게 고른 선물들, 편지들 많았잖아!
그래
뭐 날 위한 좋은 격려, 위로, 응원, 도움 많았던 것 같아.
아니 근데
지금 서럽다고.
그냥 지금.
지금은 서러운 거 같아.
난.... 난 친구가 없나 봐....
난.. 그렇게 걱정되지 않나 봐...
난.. 그런 존재였던 거야.....
혼자 이러고 부정이나 북 치고 장구치고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속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간 게 분명하다.
누군가 엿들은 거야!!
누구지??
내 속 얘기를 어찌 알았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 갑자기 연락이 왔다.
미술관 같이 가자고.
와............
나 미술관 안 간 지 100만 년이 된 거 같은데
대박
게다가 같이 가자고 먼저 말씀해주시고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분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 전시를
대박 대박
진짜 눈물이 핑 돌았다.
주인이 산책 가자고 데리고 나가는 강아지 마냥
신나서 쫄래쫄래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정말 편안했고 너무 따듯했다.
그동안 못한 쫑알거림을 종일 쫑알거렸는데도
다 받아주셨다.
히히.
히히히.
히히히히.
꽤나 효과가 있었다. 그 흥분이 며칠 갔다.
그러다 또 서서히
그래..
뭐 맨날 이렇게 갈 수도 없지 이제..
뭐 한 번이야 뭐.
한 번인 거지..
근데,
또 누가 전한 거야!
내 마음을 누가 엿듣는 거냐고!!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분이 연락이 왔다.
병원 갔다 와서 점심 같이 하자고!
드디어 생리 2일째,
인공수정 시작 상담과 초음파 진료와 주사를 받아와야 하는 날이었는데
내가 또 남편은 일하라 하고 혼자 씩씩하게 다녀오겠다고 허세를 부린 날이었다.
으앙 으앙 으앙
나랑 밥 먹재....
심지어 내가 또 씩씩하게 병원 혼자 다녀올라고 한 날
씩씩하게 잘 다녀오면 밥 사 주겠다고
그리고
병원 얘기 궁금하니까 만나! 가 아니라
내가 보고 싶으니까 만나! 였다.
내가 어차피 병원 얘길 할 거지만
날 보자고 해주었다.
보통 병원 얘기 궁금해하거나
보통 자기 스트레스만 풀거나
보통 잘될 거야만 녹음기 틀듯 하던데
흥
이 애정결핍 쭈글이 부정이는
그렇게 또 신나서 씩씩하게 병원을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코다리찜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랑 디저트도 시키고
내가 좋아하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멍하니 비 오는 풍경을 구경했다.
행 복.
저번에도 이번에도
난 진짜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를 또 느꼈다.
한동안 남편 사랑 외에는 1도 구경 못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최소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날 너무 아껴줘서
너무 행복했다.
덕분에 부정이는 구겨 넣어버릴 수 있었다.
행복해서 눈물 난다는 게 이런 건가보다.
지금도 회상하면서 울컥하는 거 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