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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Jul 07. 2021

수국 수국 여름 예찬

여름이 좋은 건 수국 때문이다

지글지글 태양이 끓고, 시리도록 얼음은 차갑고, 거세게 소나기가 퍼붓는 여름...

무엇이든 분명한 이 여름이 좋다.


꽃은 종류대로 어디서든 피어나고, 나무는 짙은 녹음으로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수분을 가득 담은 과일들은 화려한 색깔을 뽐내며 그 종류가 수없이 많다. 무엇이든 풍성하고 다양한 이 여름이 즐겁다.


봄부터 꽃구경을 즐기는 나는 6월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쌍둥이들의 생일이 지나면 6월 20일 즈음부터 여기저기서 수국이 피어난다. 집 앞 천변 주변에 심긴 수국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아침산책을 했다. 날마다 빨간 수국이 한 송이씩 늘어가는 꽃밭을 구경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파스텔 톤의 분홍과 하늘색의 여름 수국은 꽃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거제도의 수국 길과 제주의 종달리 그리고 절물휴양림은 예쁜 수국 길로 유명하다. 부산에도 수국 숲으로 유명한 곳들이 있다. 부산에 내려온 첫해부터 매년 7월 중순이 되면 수국 군락지를 찾아 아침 여행을 떠났다.

금강식물원은 여름 꽃을 구경하기 위해 떠나는 곳이다. 식물원의 키 큰 나무들 그 한가운데에서 푸른 수국의 긴 행렬을 만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숲 한편에 보이는 수국들은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는 날이면 작은 폭포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신비롭기까지 하다. 식물원 바로 담장 너머에 한적하고 예쁜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을 위해서도 매년 여름 수국 여행을 한다.


먼 길을 운전해서라도 달려가는 곳은 부산 영도 태종대 내에 자리한 태종사의 수국이다. 경상도 다른 지역민들도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구경하러 오는 곳이다. 태종사의 수국은 유명 관광지인 태종대를 한 여름 내내 관광객으로 들끓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태종사에 들어가는 좁은 입구 양 옆으로 수국 꽃길 시작된다.


 탐스런 수국이 가득한 나무들은 오래된 태종사를 사방으로 감싸고 있다. 젊은이부터 나이 든 커플들 뿐만 아니라 중년의 친구들도 수국 속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수국으로 가득한 담장은 포토존이 되어서 긴 줄을 늘어서게 한다. 꽃과 어우러지기 위해 모두들 예쁜 원피스와 빛나는 화장은 기본으로 하고 나왔다. 꽃 속의 환한 미소들을 구경하는 일들도 제법 재미있다.


넓게 분포된 태종사의 수국 밭을 걷다 보면 감탄과 셔터 소리만 들린다. 미러볼 크기의 수국을 조심히 들고서 얼굴 옆에 놓아 사진을 찍으면 사진 속에서도 꽃향기가 나는듯하다. 산수국, 나무수국 등 종류를 따라 색깔별로 꽃들을 구경하면서 수국으로 만들어진 수국 터널을 지다. ‘수국 수국 한 날’, ‘멋진 곳에 더 멋진 당신’ 예쁜 글씨들로 포토존을 만들어 놓은 곳에 서서 사진을 찍어본다. 이른 아침 수분을 머금은 공기 속에서 목탁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꽃길을 걸을 수도 있는 이곳은 참 특별하다.


태종대에서 조금 내려오면 최근에 젊은이들에게 알려진 분홍 집 수국을 구경할 수 있다. 한옥집의 주인은 지붕을 제외한 모든 곳을 수국 색인 분홍과 하늘색으로 페인트칠해 놓았다. 분홍 담벼락에 꽃으로 가득한 키 큰 수국나무에는 색색의 커다란 파스텔 공이 매달린 듯 아름답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서 젊은이들의 집 앞 긴 행렬을 용인하는 집주인의 배려가 따뜻하다. 푸른 계단에 앉아보고 꽃 사이에 서서도 찍은 분홍 집 앞 사진은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 된다. 화려한 색이 주는 특별한 혜택을 누린다.

시간이 흘러 찾아보게 되는 수국 사진은 참 신기다. 핸드폰의 화면을 가까이 꽃잎에 대어 초점을 맞추어 찍으면 선명함과 흐릿함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엽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카메라의 방향을 돌려가며 꽃 한 송이에만 집중해서 사진을 찍으면 수국 전체를 찍은 사진보다 더 특별해진다.

봄이 되면 수국 화분을 여러 차례 구입해 키워보기도 했다. 자연 속에서 이렇게 잘 어우러져 커가는 수국인데도 집에서 키우기는 제법 까다롭다. 토양에 따라 꽃잎 색이 변하는 수국은 산성 토양에는 청색을, 알칼리에는 붉은색 꽃을 피운다. 토양에 약품처리를 해서 꽃색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넓고 풍성한 자연 속 토양에서만 가장 예쁜 색깔의 꽃들을 피우는 것 같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수국을 말려 해열제로도 사용했으며 수국차로 우려내어 음용하며 당뇨와 심장에도 유익함을 얻었다고 한다.

수국과 함께 시작하는 6월의 여름은 커다란 수국 송이 크기처럼 기대가 커간다. 돗자리를 편 한여름밤의 휴식, 낮이 길어 충분하게 즐기는 물놀이, 지루하도록 긴 소나기와 부침개, 선풍기와 재미있는 책들...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은 찾아볼수록 끝이 없다. 가장 기다려지는 7월, 태종대의 수국이 만개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분홍 집 앞...  줄을 서서 사진 촬영 중인 젊음
태종사의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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