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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Oct 07. 2022

나는요 부산 사투리가 좋은걸~

부산을 담고 있는 말

   


“아주라 휴게실” 간판이 반갑다.

여권을 교체하기 위해 부산시청에 들렀다가 2층 민원실 한쪽에 아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공간을 발견했다. 문자로 새겨진 부산말을 발견할 때면 새로운 언어처럼 반갑다. 5년쯤 지내다 보니 웬만한 부산말은 거의 알아듣는다. 그리고 짐작해서 간단한 말들도 구사할 수 있다. 아무래도 스피킹보다는 리스닝이 더 낫지만 말이다.      

 

추석명절 서울과 전라도를 들러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시청 내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부산말이 정겹게 들렸다. 부산 분들은 서울말을 사용하는 내게 부끄러운 듯 말을 건넨다.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부산말이 나는 좋다. 부산말 현수막이나 간판이 가끔씩 자연스럽게 걸린 것이 좋다. 


“단디!”

운전 시 안전벨트를 단단히 하라는 표어가 보였다. "안전벨트를 꼭 매세요" 보다 더 강하게 압박하는 말이다. 딱 어울리는 말이다 싶어서 멋진 옷차림의 여성을 보듯 현수막을 보고 또 본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각 소리의 음과 세기를 찾아본다.  




명절을 앞두고 한참 코로나로 왕래를 조심할 때 수영구에 들렀다가 멋진 현수막을 보았다. 맏며느리인 내게는 순간 반가운 문장이기도 했다.      

“야야~ 올해는 너거끼리 쉬라. 코로나 잡거든 온나”     

전라도가 시댁이라 시어머님은 이렇게 말하시지는 않겠지만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물론 그 해 추석에 '너거끼리'의 쉬는 일은 없었기에 코로나를 뚫고 시댁으로 향했다.      


전라도와 서울에만 40년 넘게 거주하느라 경상도 사투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할 수 있는 말이었다.

“니나 가라, 하와이”

“마... 마이 무웃따 아이가, 고마해라”

지금은 어디를 가든 들려오는 높낮이 있는 생생한 부산말이 시끄러워도 좋다.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닌 아들들은 서말을 사용하다가도 친구들과 전화할 때면 자연스럽게 부산말을 사용한다.      

“그래? 됐다. 괘안타! ~~ 아이가?”

멀리 바라보면서도 어색한 내 아들의 모습이다. 제 딴에는 친구들 속에서 적응하느라 고단 했겠다 싶으면서도 기특하다. 친구들과 한소리와 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어우러지려는 노력들이 오히려 멋져 보인다. 아들들은 가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부산에서는 친구들이 서울말을 한다 하고 서울 친구들은 오히려 부산 어투라 여긴단다. 아이들은 서울과 부산의 애매한 어디쯤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다.     

 

전라도, 부산, 서말을 사용하며 알아듣는 아이들은 곳곳에 친구들이 있어 정치를 하면 딱 좋겠다며 어른들은 우스개 소리를 한다. 잦은 이사로 지방어 때문에 고생한 자녀들이다. 곳곳에 친구들이 많아 감사하다는 말로 위로를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경주와 부산을 아울러서 멋진 경상도 사나이들과 친구가 된 아이들의 현재 참 감사된다. 부산 고등학교로 전학 온 첫날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렸다. 우산이 없었는데 엄마 차를 타던 친구가 우산을 쥐어주며 갔다고 아이에게 전해 들었다. 나이 든 이웃과 수다 중에 감동 가득한 어투로 얘기했더니 그 이웃은 말했다.     

“부산은 의리 아이가, 의리!”


부산은 어투와 행동이 비슷한 뉘앙스를 지녔다. 무뚝뚝하면서도 거친데 부끄러워한다. 그 뒷면에는 따뜻한 정이 있다. 그 온기를 금방은 알아차릴 수는 없다. 5년 동안 부산사람 속에서 울고 웃는 동안 부산을 알아가는 중이다.      


제주말이 드라마로 제작되고 전라도와 경상도 말이 방송매체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요즘이 좋다. 지방의 말들은 그 나름의 지방색과 특유의 문화들을 담고 있기에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주라~!”  

사직구장에서 공을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세리모니도 좋고,

“마~!”, “단디~!”

한 마디로 끝을 내주는 종결어가 되는 말도 좋다.

“우짜노~!”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던지는 이 한마디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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