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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아 Feb 25. 2022

프롤로그 - 나쁜 일은 교통사고처럼

나쁜 일이 내게 닥친다. 갑자기 일어나는 교통사고처럼 쿵 하고, 어떤 일이 내 앞에 떨어진다. 정신을 차려보면 일은 이미 벌어졌고 그 일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쁜 일의 소용돌이에서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1.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2.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3.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구나

4.     나만 힘들다. 너무 힘들다.

5.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분명 내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야.

6.     다 내 탓이야. 나는 안 될 거야.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야

7.     사람들이 다 나를 욕하겠지. 손가락질하고 수근대겠지.

8.     나는 어쩌면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보통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9.     나는 왜 살아야 할까?


남에겐 별일이 아닐 수 있는, 나에겐 큰 일일 수 있는, 혹은 나에게 별일 아닌 데도 남들이 너무나 크게 보는 일들이 삶에서 벌어진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회사에서 잘리고, 면접에서 떨어지며, 고백이 거절당하고,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으며, 누군가의 부주의로 몸을 다치고, 사람에게 맞고, 길을 걷다 뚜껑 열린 멘홀 구멍에 빠지거나 숲속에서 길을 잃고, 내게 중요한 사람에게 저주 섞인 말을 들으며,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서 나쁜 이야기를 듣고,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계속 마주해야 하는 누군가로 인해 오랜 시간 괴로움을 느낀다. 


원인을 찾고 싶어 남과 상황을 탓해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다 화살이 나 자신을 향하게라도 되면, 자책을 하게 된다.


분명 전부 다 내 잘못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일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예정된 일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나 인간 관계의 문제에 대해, 누구의 잘못인지 어느 누가 완전히 정의롭고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쁜 일은 블랙홀처럼 내 마음에 파고든다.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나는 변함없이 같은 사람인데, 새로운 하나의 사건이 인생에 추가되었을 뿐인데 자꾸만 나 자신에 대해, 나의 삶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 분명 내 삶에 좋은 일도 있었고, 내가 좋은 사람이었던 순간도 있었는데도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나쁜 일이 내가 되어버린다. 그 일로 나를 정의하고, 그 일로 나를 설명하고, 그 일을 ‘겪은 사람’, 혹은 그런 일을 ‘당한 사람’으로 내가 나를 바라본다. 

또는 누적된 여러 일들을 거치며 사람을 믿지 못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미워하고, 할퀴고 남과 나를 아프게 하며 산다. 

갑자기 닥친 나쁜 일이, 점점 더 나쁜 일을 내 삶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느라 내 앞에 다가오고 있던, 혹은 다가올 수 있던 좋은 일들과 좋은 사람과 좋은 기회들로부터 내가 나 자신을 멀어지게 한다.


그러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나쁜 일에 나 자신을 너무 내주진 않겠다, 좋은 일에 마음을 열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런 마음에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일어난 모든 ‘나쁜 일’들을 돌아보고, 나쁜 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결국엔 그 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나쁜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 나쁜 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깊이.

나쁜 일이라는 추상적이고, 길고, 어둡고, 거친 덤불 속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그 블랙홀 같은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나의 마음에 대한 관찰을 담았다.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그 블랙홀을 내 삶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글이 나쁜 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모든 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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