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중 가끔씩 과학을 봐줄때가 있다. 모든 단원이 끝나고 마지막 과학의 유용성에 대한 단원만 남은 상항이었다. 이 단원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물론, 중,고등학생도 기본으로 알고 있는) 내용의 단원이었다. 문제도 짧았고 한 번 정도 읽으면 아이들이 쉽게 풀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프린트 물을 주고 다른 학년 수학 수업을 하고 있을 때 과학을 풀고 있던 학년의 학생 한 명이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애들이 너무 어려워서 못풀겠대요."
"응?"
성인이 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도 아이들이 느끼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학생에게 조금 뒤 수업을 해주겠다고 했다. 앞 수업이 끝난 후 과학을 하는 학생들을 전부 교실로 불렀다. 하지만 내용을 다시 읽어봐도 아이들이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기술 가정이라는 단원에서 몇 번 다루었던 내용이었고 몇 번씩을 풀어 본 문제였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을 짚어나갔다. 사실, 모르는 단어 한 두개만 알려줄 뿐 같이 책을 한 번 쭉 읽은 것 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들 이해가 됐단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은 아니었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찾아보고 한 번 쯤 읽어보면 될 문장들도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보기 보다는 나의 생각을 듣고 기억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런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요즘은 예전과 달리 대부분 사소한 부분까지 해주려고 하는 부모님이 늘어나면서 아이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가 해줘야지만 할 수 있게 되어버린 것 같다. 책을 읽는 것까지. 그렇다고 요즘 세대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일부이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는것 같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멘탈은 점점 약해져가고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좌절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풀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조금만 알려주어도 앞으로 쭉 걸어나간다. 그래서 더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이들이 조금 더 독립적으로 자랐으면 하는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이후 한 번도 부모님이 깨워 주신 적이 없다. 체벌이 가능했던 그 시절, 늦어서 맞아도 내 책임이었고, 숙제를 안해가 혼나도 내 책임이라는 걸 일찍부터 깨우쳤다. 공부도 마찬가지. 모르면 국어사전, 백과 사전을 뒤져보고, 학교 선생님께 묻고 학원이 필요하면 필요한 곳만 다닐 수 있게 해주셨다. 어떤이는 이런 말을 하면 부모님이 너무 방관한거 아닌가 하는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전혀. 오히려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면 믿고 응원을 해주시던 분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들의 독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첫번째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걸 배우는거라 생각하다. 물론 잘못된 선택을 (혹은 위험한) 했을 때 부모님의 조언이나 어떤 개입이 필요하지만 되도록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후회도 해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보는 것도 독립심을 기르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대신 가이드 라인을 확실히 정해주고. 가이드라인이란 살면서 지켜야 할 예의, 남에게 피해룰 주지 않는 것 등 부모님이 아이에게 가르쳐 주어야 할 삶의 기본적인 예절의 모든 것이다. 그 라인만 쳐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 무엇이든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면 살면서 부딪히는 힘든 상황에서 조금 더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내가 그랬으니까 남들도 다 그래야해.'
'나는 그렇게 자랐으니까 이게 바른 삶이야.'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삶의 기준은 모두 다를테니까.
다만 어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좌절의 순간을 성인이 되면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한번씩은 꼭 맞이하게 될텐데, 그때 조금 더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배운 것. 나는 살아가면서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값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