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알바 - 부업
다시 세상에 첫발을 내딛고 싶던 순간
첫째를 낳고 정신없이 육아를 하다 조금 여유가 생겼을까?
갑자기 아이가 자는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문서작업을 하는 재택알바를 찾아봤지만
대부분의 알바들은 출퇴근을 요하는 것들이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 없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과자값이라도 벌어 보겠다며 부업을 알아보게 되었다.
하필 그때쯤 <생활의 달인> 프로에서는 부업의 달인들이 나오던 걸까?
그 달인들에게는 세월 속 내공과 함께 멋진 아우라가 느껴졌으며, 나도 집에서 틈틈이 하면 저 달인처럼 능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분은 집에서 부업을 하면서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를 버신다 했으니 얼마나 대단해 보이던지... 머릿속으로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들기며 행복한 상상을 해봤다.
첫 부업은 같은 단지 내에서 있었는데, 휴대폰 부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이었다.
부피가 작아서 집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아이가 어려 괜찮겠냐고 물어보셨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첫 주에 연습 삼아해 보라고 손바닥만 한 지퍼백에 담긴 나의 일감을 받아왔다.
남편 모르게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을 틈타서 해보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불량이 나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스티커는 자꾸 떨어지고, 핀셋으로 집어서 손톱만 한 부품에 붙이려니 어깨도 아프고 손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졌다. 생각보다 속도는 안 나고 결국 남편 퇴근하고 나서 까지 작업이 이어졌다.
한 개에 5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하루에 몇백 개를 해야 겨우 천 원을 벌까 말까.
남편은 이런 거 하지 말고 애나 잘 보라며 핀잔을 줬다.
나는 처음이니 힘든 거라며 오기를 부려봤지만, 결국 만세를 불렀고 일주일 동안 400개를 겨우 만들어서 돌려줬다. 그분은 이렇게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래도 수고했다며 그 달 정산일에 통장으로 일한 값을 보내줬다.
그렇게 첫 부업이 지나갔다.
어렸을 때 우리 엄마도 부업의 달인처럼 수시로 이 물건, 저 물건 가져와서 만들었는데, 엄마는 살림도 잘하고 부업도 하면서 어떻게 우릴 키웠던 건지 새삼 달리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부업은 쇼핑백 접기였다.
첫째 유치원비를 내가 알바를 해서 내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나름 좋은 유치원 보낸다고 동네에서 제일 비싼 곳으로 보냈는데 남편에게는 차마 원비를 다 말할 수 없어서 내가 아이 유치원 가있는 동안 알바를 해서 유치원비를 내고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배식 도우미 알바였는데 낮에 잠깐 하면 되고, 아이 유치원비 정도는 한 달에 벌 수 있어서 만족하며 다녔었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라면 방학 때는 아이들 학교 급식을 안 하니 배식 도우미가 필요 없어서 일을 쉬어야 했다. 유치원생은 계속 원비가 나가니 긴 겨울방학이 문제였는데, 그때 집에서 쉬면 뭐하냐며 나름 단가가 높다는 쇼핑백 접기 부업에 도전했다. 쇼핑백은 사이즈 별로 가격이 상이하다고 했다. 처음 시작은 20원짜리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접는 방법을 가서 한 시간 정도 교육을 받아야 했다.
물건은 차로 아저씨가 집 앞까지 배달해주시고 수거해가셨으며, 매일 작업 수량을 문자로 보고하면 됐다.
그런데 만만해 보였던 쇼핑 백접기가 생각보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다 보니 가뜩이나 애들 장난감으로 어지러운 집안이 쇼핑백까지 쌓여 난장판이 되었고, 수량을 맞춰 줘야 하다 보니 아이들을 방치해가며 하루 종일 쇼핑백 접기에 매달려야 했다. 심지어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는데 남편은 응원의 말은커녕 "그까짓 것 얼마나 한다고 그거 하고 있냐?" 라며 비아냥 거리기까지 했다.
일주일을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작업을 했더니 점점 사람이 좀비처럼 변해갔다. 예민함의 끝을 달리던 주말, 남편의 비아냥에 폭발한 나는 식사 준비 중이던 프라이팬을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매번 착한 아내로만 알던 남편은 나의 모습에 놀랐고,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으며, 남편에게 서운함과 서러움을 호소한 채 쇼핑백 접는 부업을 마쳐야 했다.
그 뒤로는 주변에 부업한다는 엄마가 있으면 뜯어말린다.
한두 시간이라도 나가서 하는 알바를 하라고, 아이 과자값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시작했다가 애도 못 보고 몸도 병든다며 말리고 있다. 부업을 전문적으로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 그만큼 섣불리 달려들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일단 내가 경험해 봐야 깨달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