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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Oct 23. 2021

문득...

글쓰고 싶은 날

한동안 미친듯이 글쓰기에 빠져서 나를 쏟아내듯 쓰던 날이 있었다.

일기를 쓰는 건지 내 회고록을 쓰는 건지 앞뒤 안가리고 나를 파고들어가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속의 보석상자를 찾으러 횃불을 들고 동굴탐험을 떠났는데

어느정도 덜어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져서 였을까

그만 불을 끄고 돌아나왔다.


계속 반복되는 듯한 나의 말들이 식상해졌고, 쓸 수록 표현에 대한 욕심이 생겨 더 좋은 어휘가 없을까 고민하다 나의 얕은 독서를 깨닫고 일단 읽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고, 읽다보니 그동안 갖고 있던 시름을 잊을 만큼 책속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눈으로 읽고 있는게 대부분이었고, 그런 책들은 부끄러운 마음에 리뷰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그마음이 쌓여 브런치에 글쓰는것도 잠시 보류...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내가 만족할만한 문장이 나올까! 


사이토 다카시는 <독서력>이라는 책에서 문학작품 100권, 교양서 50권을 기준으로 독서 경험의 유무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수치대로라면 나는 아직 독서 경험이 부족한 상태이다.  <유혹하는 글쓰기>의 스티븐 킹도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하지 않았던가......


간혹 감성이 흘러넘치는 날이 있다. 그런날은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로 풀거나, 이렇게 글로 풀어내지 않으면 감성이 넘치다 못해 어두운 쪽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요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는 모임을 참여하고 있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영화에 대한 시선과 구사하는 언어의 수준에 비하면 나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제는 예전처럼 주늑들지 않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영화도 잘 안봤다. 남들 다 봤다는 천만영화도 안본게 대부분이고,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간건 아이들 데리고 트롤을 봤을때 인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서 찾아서 영화를 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영화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책도 안읽고... 

문득 빨래를 널다가 나는 그럼 뭐하고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놀면서 지낸것도 아닌데, 나는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며 살았는지 궁금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지? 

나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익사이팅한 것을 좋아하는 쪽은 아니고, 그저 다양한 볼거리를 찾아 헤메었던 것 같다. 사람들 구경하고, 자연도 구경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시간을 좋아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자라고 하기에는 경험이 너무 없고, 그저 드라이브하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하는편이 낫겠다.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이제와 가만히 앉아서 읽고 보려니 밀린 시간을 쫓아가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 오랜시간 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낸 걸텐데... 


뒤돌아보면 지난 2년사이의 나는 엄청난 내면의 성장을 이루었다. 모임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내 생각을 잘 표현하게 된 것, 예전보다 내 이야기를 하면서 울지 않게 된 것, 더이상 담아두지 않는 것, 쉽게 상처받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를 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제대로 쓰고 싶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좀 더 명확해졌을 때 보따리 풀어내듯 쓰고 싶다. 지금 작가의 서랍에 묵혀있는 그 이야기들을 예쁘게 단장해서 내보이고 싶다. 그 때를 기다리고 있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기다리고 있다.  

오늘처럼 문득 무엇이든지 쓰고싶어서 참을 수 없는 날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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