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위기의 사춘기
5. 선택의 기로에서
선율이의 중학교 지원 문제는 선율이 인생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방과 후 영어 선생님이 집 앞의 학교로 입학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집에서 100m 거리에 중학교가 있었다. 나는 학교와 직장은 무조건 가까워야 된다는 주의라 집 바로 앞에 있는 그 중학교가 최적의 학교였다. 그러나 선생님이 반대한 것은 면학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 학교의 교복을 입은 몇 명의 학생들이 수업 중에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선율이는 밤 11시가 넘어 또 선생님과 중학교 진학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생님은 진심으로 선율이의 장래를 걱정하며 학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어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들도 이런 아이의 문제를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는데 영어 선생님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해 주셨다.
결국, 선율이는 영어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중학교로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그 학교는 구내에 있다고는 하지만 집에서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타고 다녀야만 했다. 그래도 선율이 가 자기는 공부하겠다고 이미 마음을 굳혀 놓은 상태라 선율이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이미 제출한 원서가 문제였는데, 다음날 교육부에 전화해서 문의했더니 신청 기간이 다음날까지니까 담임 선생님께 여쭤보라고 알려 줬다. 나는 담임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원서를 아직 가지고 계신다며 돌려주셨다. 나는 다시 한번 선율이의 의사를 확인하고 선율이 스스로 원서를 수정해서 제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선율이는 스스로의 의지로 원서를 수정해서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고 입학이 결정되었다.
그렇게 해서 중학교 입학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영어였다. 방과 후 영어 선생님에게 더 이상 영어를 배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영어 발음이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어서 중학교에 들어가더라도 영어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나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마땅한 선생님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나에게 숙제가 하나 남게 되었고 원어민 선생님에게 배우게 했지만 선율이는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침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영어 학원 원장님을 소개받았다. 연세가 칠순은 넘으신 분이셨는데 평생을 영어만 가르쳤던 분이셨다. 신기하게도 선율이 가 원장님을 잘 따랐고 한 해 열심히 배웠다. 어려운 문장도 그 자리에서 척척 외우는 데다가 발음까지 좋아서 원장님이 언어에 재능이 있다고 의욕을 불태우셨다. 나는 선율이 가 원장님에게 배운다면 인성이 좋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선율이 에게 좋은 스승님을 인연 맺게 해 준 것 같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