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개수업 날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은 시끌벅적했다. 스크린 화면에는 『걱정모자』라는 그림책 표지가 띄워져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발표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주사, 전쟁, 수학시험, 어둠.... 아이들의 대답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러다 한 친구의 발표를 듣고 모두가 빵 터져 웃었다.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책입니다.
특히 두꺼운 책을 보면 저도 모르게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뒤에 서 있던 학부모들도, 아이들도, 선생님도 모두 웃었다. 별생각 없이 웃고 나서 나는 마음속에서 꼬리 물기 질문을 해야 했다. 무엇이 그 친구를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이 재미없다 정도가 아니라 두렵다고 말한 건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킥킥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아이의 표정은 꽤 진지했다. 누군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 경험이 있는지, 무서운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지, 너무 지루해서인지. 그 아이에게 물을 용기가 있었다면 묻고 싶었지만 나는 책을 더 두려워하게 하는 어른이 될까 봐 그러지 못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책은 어떤 존재일까.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의 아바타를 보는 듯할 때가 많다. 시각적 이미지를 자극하며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의 웹툰, 화려한 컬러감과 캐릭터를 자랑하는 만화책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넷플릭스 콘텐츠들, 아이들의 세계에도 침범한 SNS.... 책보다 쉽게 시선을 끌고, 자극적인 존재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과연 아이들은 미디어 때문에 책을 멀리 하는 걸까.
어느 날, 자주 가던 어린이 도서관에서 사서 선생님과 어떤 아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하준아, 이 책도 한 번 읽어봐. 새로 나온 책인데 인기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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