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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벌어서 다행이다

영혼을 지키는 나만의주식 라이프(21)

by 김세인

안타깝다. 세대가 달라서 그렇다고, 나에게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릴 때보다 지금 아이들이 한글을 빨리 떼고, 외국어에 능통하다 하더라도 고무줄놀이를 하며 해질 때까지 놀던 때가 정서적으로 더 건강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도 어른도 같은 공간에 앉아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스티브 잡스를 원망하게 된다. 아무리 유익한 콘텐츠를 보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와 눈빛 교환을 빼앗는 이 기계가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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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들에게 핸드폰과 아이패드를 쥐어 주고 무엇을 볼지 선택하게 한다. 그러나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내 딸의 말대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법의 핸드폰’으로 SNS와 유튜브에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지만 악플을 달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화하지 않는다.


주식 열풍이 불면서 경제교육 전문가들은 자녀들에게 주식을 사주라고, 유대인처럼 일찍 투자하는 방법을 알려주라고 한다. 그 교육 안에 우리가 담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주식에도 윤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들어보지 못했다.

주식을 사면서 수익을 낼 방법과 수많은 정보를 가리기도 역부족인데 무슨 윤리까지 찾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이제 윤리를 들먹거리고 나니 더 많은 기업의 가치관이 보인다. 돈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동선이 보인다.


음식점에 음식 맛을 보고 가지 사장님을 보고 가지는 않지만 사장님이나 직원들이 불친절하면 기분상 음식 맛도 떨어질 수 있다. 주식을 살 때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어들일 것인지를 보고 사지 CEO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두진 않았다.


기업인의 윤리적 태도에 문제가 있을 때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CEO의 말과 행실에 주가는 급등하기도 급락하기도 한다. 주식을 살 때 CEO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기업의 생사를 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보고 진작 테슬라에 투자했더라면 돈방석에 앉았을지 모른다. 지금 나에게 테슬라를 살 것인지 묻는다면 글쎄다. 회사의 가치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따지기 전에 트럼프가 떠올라서다. 오늘은 대통령의 언사를 하는 것 같다가도 내일이면 또 헛소리를 할까 봐 그의 재임 시절 주식시장은 긴장 상태였다.


세계 2위 부호가 쏟아내는 말 한마디가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칠지 일론 머스크는 그다지 고민하는 것 같지 않다. 비트코인 시세차익으로 이번 테슬라 1분기 실적의 상당 부분이 충당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의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은 연일 화제가 된다. 그가 트위터에 내뱉는 말에 코인 시장이 오르내린단다. 테슬라를 사놓고 재무제표는 무사할지 주가는 안정적 일지 마음 졸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선거철이 되면 여러 종류의 ‘수혜주’가 가십처럼 떠돌아다닌다. 수혜는 대상과 대상의 연결고리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로 인해 덕을 보거나 또는 피해를 입는 대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양쪽의 연결선상에 돈이 보인다면 그 돈의 속성에 대해 잘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 진단키트 주가 오른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미리 대비하지 못한 위기이자 재난이었다. 마스크와 진단키트는 우리를 보호해줄 수단이었고 공장은 더욱 빠르게 돌아갔다. 먼 나라 이웃나라들의 확진자 수가 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진단키트 주가 들썩거렸지만 그쪽으로는 손이 가지 않았다.


태풍이 오면 태풍 수혜주가 기사에 뜬다. 태풍이 지나간 뒤 폐기물 관련 기업들이 오를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태풍이 온다면 피해가 생길 수 있고 그 피해는 정리되어야 한다. 그 회사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단지 위기상황에 수혜주를 검색하는 연결이 꺼림칙하다. 나의 윤리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다.


증권가에서 장기 투자할 주식으로 군사용 드론을 주목하라는데 나는 ‘군사용’이라는 말이 걸린다. 군사용 드론은 대량살상 무기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최첨단 드론은 불법 이민자를 찾아내는 데도 사용된다고 한다. 군사용 드론을 생산하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올려주는 일이 옳은 일일까. 물론 내 돈이 시가총액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는 않겠지만 돈만 벌면 다일까.




적어도 나는 누군가의 피해 덕분에 벌 수 있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는 소식에 별생각 없이 화이자 주식을 샀었다. 백신을 개발했는데도 회사 주가가 안오른다며 불평을 했다. 이제야 생각한다. 백신으로 그 회사가 돈을 버는 것보다 그리고 내가 그 회사 주식을 사서 지갑을 불리는 일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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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돈을 못 벌어서 다행이다.


최근 금융자격증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주식 트레이딩 전문가 자격증이 주식운용능력 평가(S-MAT) 자격증으로 변경되면서 법과 윤리 교육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윤리는 법이 아니다. 윤리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떤 종목에 투자해서 얼마나 돈을 벌지 전략을 짜는 일은 주식거래의 중요한 목표이자 전투력이다.


다만,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과 사회적 영향력 안에 건강한 기운이 서려 있는지 반드시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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