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위로의 계절
사라지고 싶던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없는 존재가 되어서 없어져 버리고 싶었던 순간이 당신에게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할 힘도, 버텨낼 힘도 없는 하루를 보냈어도 저 새싹은 어찌나 이쁘던지. 저 하늘을 어찌나 파랗던지. 갑자기 내리는 비 냄새는 어찌나 마음을 간지럽히던지.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둘러싼 환경이 당신을 붙잡아, 한 걸음 떼기조차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나아질 거라고, 조금만 기다리면 지금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사라져 버릴 거라고, 애써 위로하려고 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당신을 감싸 안고, 몇 년째 달라지는 것이 없는 환경에 당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은 숨이 턱까지 차올라, 한 걸음 떼기조차 힘들 만큼 숨이 막혀 눈물조차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느 날은 모두가 당신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당신의 초라한 모든 것이 드러나버린 것처럼 홀로 외롭게 서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되고 싶지 않았던 바로 그 모습을 거울 속의 당신이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애써 웃어넘기며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며 위로하고 또 위로해도 위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위로도, 그 어떠한 것들도 당신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당신만의 속도와, 당신만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한 걸음씩 살아가면 됩니다.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예뻐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거고, 모두가 당신을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힘을 얻듯, 그 누군가도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로 힘을 얻어요. 그러니 하루하루를 예쁘게 살아가세요. 당신만의 속도와 당신만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만끽하며 살아가세요. 당신은, 찬란하게 빛나는 아주 아름다운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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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싶던 순간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존재가 되어서
없어져 버리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무언가를 할 힘도, 버텨낼 힘도 없는 하루에
저 새싹은 어찌나 이쁘던지.
저 하늘을 어찌나 파랗던지.
갑자기 내리는 비 냄새는 어찌나 마음을 간지럽히던지.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사소한 것들은 너무나 예쁘잖아.
사소한 것들이 나를 얽매이게 해도,
또 다른 사소한 것들은 살아갈 힘을 주잖아.
그러니 살아내야지. 잘 살아내 봐야지.
하루가 더 주어진 거라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잘 살아내 봐야지.
그리고 누구보다 더 행복해져야지.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겨울 : 위로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