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갖은 양념과 비슷하다. 설탕이나 물엿처럼 단맛이 있는가 하면, 소금과 간장처럼 짠맛이 삶을 휘청거리게 한다. 된장이나 청국장처럼 냄새로 고개를 돌렸다가 깊은 맛에 반하는 경우도 있고, 파처럼 어릴 때는 안 먹고 다 골라내다가 없으면 허전할 때도 있다. 후추처럼 톡 쏘는 맛이 밋밋한 국물에 풍미를 더하고, 인생의 쓴맛을 달래는 데는 고춧가루가 제격이다.
처음 음식을 책으로 배울 때, ‘갖은 양념’을 더하라는 문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에 양념이 얼마나 많은데, 그 양념들을 다 넣으라는 말인가. ‘소금 약간’이라는 문구도 마찬가지로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고운 소금, 볶은 소금, 죽염, 꽃소금, 굵은 소금, 암염, 자염, 핑크소금 등 마트 진열대에 놓인 소금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굵기와 염도도 다르다. 그런데 이 모든 소금을 통틀어서 ‘약간’ 넣으라는 말인가? 채소를 살짝 데치라는 것도 얼마 정도인지, 물을 약간 넣으라는 건 도대체 얼마나 넣으라는 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혼란 그 자체였다.
물론 요리책을 낸 사람들은 손에 익은 요리 방법들을 다른 사람들도 따라할 수 있게 풀어낸 것일 테지만,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따라하기도 버거웠다.
뭔가 기준이 있을 텐데, 왜 그 기준이 없이 모든 요리가 처음부터 다시일까? 요리 하나를 하고, 그 다음장에 있는 요리를 하면, 요리 두 개를 만드는 데 그친다. 게다가 돌아서면 잊는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백날 요리책을 들여다봤자 계속 요알못이다. 그러니 계속 요리를 한다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요리를 만드는지 찾아보고, 내 식탁에도 뭔가 혁명적인 요리가 올라오길 바라게 된다. 온갖 레시피들을 모으고 그대로 따라하고, 또 지나면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프리랜서들은 시간이 돈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당장 마감이 있는데, 식탁도 차려야 할 환경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굶는 것도 방법이지만, 굶으면 힘이 빠져서 작업이 잘 안 된다. 누군가를 차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작업을 잘 이어가려면 잘 먹고 힘을 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갖은 양념이다.
사실, 갖은 양념에도 기본은 있다. 이 기본을 조금씩 변형하면 다른 요리가 가능하다. 한식일 경우에는 크게 간장 양념, 소금 양념, 유장 양념, 고추장 양념으로 나눈다. 이때 이 양념의 기준은 간 쇠고기 100g 기준이다. 그 양은 간 쇠고기를 똘똘 뭉쳤을 때 달걀 1개 크기 정도라고 가늠하면 된다.
간장 양념은 간장의 반으로 설탕, 다진 파의 반으로 다진 마늘, 그 마늘의 반만큼 다진 생강을 넣는다.
소금 양념은 표고전이나 풋고추전에 으깬 두부를 채워넣고 부칠 때, 이 두부에 하는 양념에 해당한다. 여기도 소금의 반만큼 설탕을 살짝 넣는다.
고추장 양념은 간장 양념 계량할 때보다 고추장을 조금 더 넣는다. 간장 양념에서 간장을 뺀 자리에 고추장 1.5를 넣고, 간장 양념 때 순서대로 넣는다. 거기에 간장을 정말 조금 넣어서 맛을 더한다.
처음 요리를 배울 때 갖은 양념의 비율을 배우지 못해서 내 요리는 다 따로 놀았다. 그러니 시간이 돈인 프리랜서에겐 힘이 날 요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기준을 정해두면, 한식에는 응용할 수 있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 때 배운 기준은 위와 같았지만, 요즘에는 설탕 대신 매실청, 유자청, 레몬청, 생강청이나 꿀을 넣기도 한다.
사실 양념을 배합하는 방법을 손에 익히기만 해도 밥상이 만만하게 보인다.
몇 년 전부터, 자기 밥상을 차리려는 사람에게 요리수첩을 선물했다. 아래 사진처럼, 기본들을 손으로 쓴 수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수첩은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어떤 프리랜서가 밥상을 차리는 데 힘들어한다면, 밥을 제대로 먹고 힘을 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면 그땐 새 수첩에 기본들만 적어서 준다.
갖은 양념이 우리를 두렵게 할지라도, 잘 버무려서 힘을 내는 음식으로 만들자. 그러면 또 다음 작업을 할 버팀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