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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Oct 27. 2024

호모 쿨투랄리스(Homo Culturalis)



 브라질에 있는 세라다카피바라 국립공원 숲 속을 거닐다 보면, 무언가 쾅쾅 부딪치고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꼬리감는원숭이가 직접 제작한 석기로 기름야자를 내리치는 소리다. 카푸친형제회의 수도사들이 후드를 벗은 모습을 닮았다 해서 카푸친원숭이라고도 부르는 녀석은 크기는 고양이만 하지만 뇌는 침팬지만큼 크고, 수명도 아주 길다. 뛰어난 지능과 풍부한 감정을 지니고 있어 실험용과 애완용으로 인기가 많으며, 거리의 오르간 연주자들이 많이 길러 오르골 원숭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인류학자들이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그 능력이 학습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미 3천 년 전부터 카푸친이 석기시대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문화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이다."라며 오직 인간만이 문화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문화 자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동물들에게서 문화적으로 보이는 행동, 심지어 유행이라는 것까지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 왜 특정 무리의 일본원숭이들만이 이미 씻겨진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고, 아무 이유 없이 돌을 비벼대는 것일까? 침팬지들 사이에서 귀에 지푸라기를 꽂는 최신 패션이 유행하는 이유는?


      일본원숭이의 고구마 씻어먹기 문화.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짭짤한 맛을 즐기는 쪽으로 문화를  발전시켰다.


 문화의 기원은 공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진화의 연속선상에 있다. 공감은 거울 신경세포를 통해 서로의 신체와 마음을 이어주며, 두 존재를 하나로 만든다. 즉, 모방을 낳는다. 모방을 통해 이전 세대의 지식과 경험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이를 문화적 유전자, 밈(Meme)이라 한다. 


그렇다면 문화는 자연 속에 널리 존재하는, 흔한 것이 된다. 동물은 학습과 경험이 없으면 야생에서 생존할 수 없다. 본능은 모방을 통한 학습이 있어야만 의미를 가진다. 새들은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미 새가 나는 모습을 보고 배우지 못하면 영원히 날지 못한다. 어미에게서 사냥 기술을 배우지 못한 사자 새끼는 사냥에 성공할 수 없다. 인간의 품 속에서 살다가 자연에 돌아간 원숭이들은 굶어 죽는 경우가 많다. 특정 환경에 적응한 어른의 역할 모델을 보고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 표현을 듣고 옹알이를 통해 말하기를 연습하지 못하면 언어능력을 잃어버린다. 


 1930년대엔 한 심리학자 부부가 아들과 침팬지를 함께 기른 적이 있었는데, 구아라는 침팬지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내는 '우후, 우후!' 소리를 아이가 따라 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실험을 종료시켜야만 했다. 물론 구아도 뒤처지지 않았는데, 인간 부모가 타자를 치는 모습을 흉내 낸 것이다. 유인원을 뜻하는 'Ape'가 '모방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물론 인간과 침팬지의 모방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어린 침팬지와 아이를 대상으로 한 문제 해결 실험에서 침팬지가 훨씬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있었다. 침팬지는 목표와 방법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깊이 고민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기 때문이었다. 선택적 모방을 한 것이다. 


 반면 아이들은 쓸모없는 것까지 어른의 모든 것을 그대로 따라 했다. 당황한 심리학자들은 '과잉 모방'이 인간 성공의 기원이자 문화의 뿌리라는 합리화를 시작했다. 최선의 전략은 '토 달지 않고 그대로 따라 하기'라는 것이다. 


 왜 인간 아이는 무조건적인 모방을 한 것일까?  


 인류가 너무 빠르게 번성했기 때문이다. 농업이 시작되고 식량 채집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문제가 생겼다. 누가 자신의 부족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지고, 익명성이 커져 무임승차자가 마음껏 날뛸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미 부족은 혈연관계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성장했기에 단지 친밀한 관계만으로 협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수단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때 선택된 것이 바로 문화다. 유사한 행동과 관습, 제스처나 언어, 같은 신념과 믿음을 공유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충성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때 영장류의 흉내 내는 성향, 즉 모방이 큰 역할을 발휘했다. 최초의 원시적 문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개인들을 하나로 가장 잘 묶는 집단이 가장 강한 집단이 되었고, 그들만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문화가 인간의 진화와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인데, 이를 "유전자-문화 공진화(Gene-Culture Coevolution)” 라 한다. 


 실제로 우리 뇌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더 좋아하고, 그들의 신념과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개인적 신념을 담당하는 신경 체계는 타인의 신념에 영향을 받는 부위와 데칼코마니처럼 중첩되어 있다. 덕분에 우리는 다수의 압력을 받으면 쉽게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고 군중 속으로 뛰어든다. 한 실험에서는 정답에 더 많은 상금을 걸수록 자신의 판단보다는 문화적 배경과 주변의 압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명확한 답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의 오답을 따라가는 것도 관찰되었다. 


피실험자들은 주변의 압력에 못 이겨 1번 선이 왼쪽과 가장 가깝다고 대답했다. 


이는 결정을 내리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불확실한 상황일 때, 문화가 우리의 경험과 사고를 지배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문화란 뇌의 펌웨어 업데이트다. 자연선택이란 개발자는 우리가 모방을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하지만 한 가지 제한사항이 있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라는 진화론적 명령이다. 


 즉 문화 자체가 일정 부분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면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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