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끄고 내 결대로 살기
공식적인 퇴사는 2주 전쯤 되었으니, 한번 만나야지 만나야지 하다가 결국 11월이 되어서야 만났다.
저녁 약속이어서 집에서 5시쯤 출발했는데
날씨도 많이 추워지고, 퇴근시간쯤에 서울도심으로 지하철을 타려니 귀차니즘이 몰려왔다.
하지만 뭐 약속을 했으니 가야지
오랜만에 가는 길이긴 했지만, 7년을 똑같은 길로 다녔으니 그냥 몸이 가는 대로 걸어갔다.
그런데 환승하려고 걸어가다 보니 반대편 환승로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에 벌써 이렇게 방향을 잃었구나!
적응하는 데는 신경을 쓰고, 기억하고 노력해야 하지만 잊는 건 아무런 노력 없이 그렇게 흘러가고
지워지는구나 싶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서 올바른 환승로로 갔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보고 싶었던 사람들
내가 그 조직에서 좋아했던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중 몇몇이었다.
새로 채용된 사람의 만행, 뭐 이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고, 상황이 정말 코미디다.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거나 부풀려 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들의 내용은 주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많이 한다던가, 밤새워 공부한다든가, 교육을 위해 돈을 많이 썼다든가
뭐 이런 유의 내용들을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그랬나 보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전과 다르게 말하거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 그 사람은 허언증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곁에 둘 사람이 아니구나.
그런데 이걸 또 아는 사람만 알지
본인에게 도움이 되거나 필요한 사람(주로 상사)에게는 엄청 굽신거리고
선물 공세를 하며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 많이 노력하다 보니
또 그런 사람들은 그가 그런 허언증이 있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근데 뭐 어쨌든 간에 그 능력으로 지금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것도 능력인가 싶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는 월급 받는 거 말곤 부러울 것이 하나 없다.
그 딴에는 낮은 직급에서 아무 많이 노력하여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 생각하겠지만
그 조직에서 그딴 자리 누가 인정해 주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생각만 든다.
저렇게 상황파악 못하고 기고만장하다가 언젠가는 크게 당하리라 이런 생각.
어쩌면 크게 한 번 당해서 정신 차렸으면 싶기도 하다.
그 조직은 이상하게도 이상한 사람에게는 대응하지 못한다.
성실하게 본인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계속 더더더 열심히 하게만 할 뿐이지 득 될게 사실 크게 없다.
아주 정치적인 행동과 생각이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그 조직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눈치껏, 윗사람 취향에 맞춰서 중요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하여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내가 중요하다가 생각하는 것과 상사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때 힘들어진다.
아니, 내가 중요하다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냥 앞에서 굽신굽신 하고, 돌아서면 동료들이나 본인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비난하고, 칼을 꽂는 사람들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꼴을 많이도 봤다.
이 험한 세상에 그것도 능력이겠지만
하지만 나와는 결이 너무 다르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기고만장해서 잘난 체하는 그 시절이 얼마나 갈지
얼마나 그게 진짜 행복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니 그러든지 말든지
화날 일도 많았다.
돌이켜 보면, 그건 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많았기 때문이고, 내가 내 생각을 갖고
일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냥 하라는 거 눈치껏 하면 그만인데, 그게 왜 안되었을까?
하지만 앞으로도 크게 내 성향이 달라질 리도 없고,
일을 대하는 방식이나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다르게 사는 모습도, 다르게 사는 방법도 지금 그려보고 있는 중이니
지치지 말고 더 구체적으로 더 현실처럼 그려보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안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고,
다르게 살고, 새롭게 살아보고자 하는 그 마음 잊지 말고
나와 상관없는, 나에게 도움 될 일 없는 일이나 사람에 관심 끄고
지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에 올인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