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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서 Dec 02. 2022

러닝 앱 '런데이'의 세 가지 장점에 대해서

2편 : 러닝 앱 '런데이'의 세 가지 장점에 대해서

1K는 못 달렸지만, 10K는 달렸다 -1

    '런데이(https://www.runday.co.kr)'가 없었다면, 500m도 달리지 못하던 나에게 10km 달리기는 여전히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는 난이도로 느껴졌을 것이다. 밧줄을 잡고 기어올라가는 날카로운 암산 앞에서 겁에 질려 돌아 서려하는 등산 초보 앞에, 친절히 계단을 놓아준 런데이에 대해 짧게 소개하고 싶다. 


    런데이는 30분을 연속해서 달리기를 목표로 하는 인터벌 트레이닝 콘텐츠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한다. 50분 이상의 장거리 달리기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짜주거나, 자유 달리기를 가이드하는 콘텐츠도 있다. 나는 30분 달리기, 30분 능력 향상 달리기, 50분 달리기까지 총 세 가지의 훈련 프로그램을 완료했다. 다음 세 가지 이유로 런데이를 추천하고 싶다. 


    1. 그 자체로 훌륭한 러닝 훈련 프로그램

    2. 유용하면서도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보이스 코칭

    3. 없어도 되지만 있어서 재밌는 친구 간 응원 기능




    런데이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잘 짜인 러닝 훈련 프로그램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달리기를 도마 위에서 화려한 몸놀림으로 경탄을 자아내는 기계 체조만큼이나 경외(?) 하는 사람들이 가진 심리적 장벽을 1분 달리기라는 아주 손쉬워 보이는 목표로 무너트릴 뿐만 아니고, 조금씩 힘들어지는 점진적인 훈련 방식이 훌륭하다고 느꼈다. 


    걸을 수 있기만 하면 누구나 도전해 봄직한 첫 번째 날의 달리기 프로그램이다. 


    유튜브 쇼츠 보는 시간만큼만 달리면 된다. 물론 그만큼 빨리 가진 않지만, 플랭크 하던 1분 보단 금방 지나간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시계태엽을 빨리 감는데 도움이 된다. 1분 달리고 2분을 걷는 방식으로 5번만 반복하면, 제법 땀도 나고 상쾌한 기분으로 트레이닝 첫날이 끝난다. 힘듦도 맛보기 스푼에 담긴 아이스크림처럼 금세 사라진다.


    두 번째 날은 1분 달리기가 한 번 더 추가돼서 총 6분의 달리기를 시도할 수 있다. 1분쯤 더 달리는 건 달리자고 마음먹은 나에게 아무 일도 아니다. 세 번째 날엔 고작 30초가 추가되었지만, 1분 30초를 연속해서 달리고 나면  꽤 숨이 차기 시작한다. 이제야 제대로 '달리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두 번째 주의 첫날은 마찬가지로 1분 30초를 5번 달리는 코스다. 할만해 보인다. 


런데이의 30분 달리기 프로그램


   연속 달리기 시간이 늘어나거나 달리기 횟수가 추가되는 방식으로 초기 체력을 길러준다. 1분, 2분 조금씩 달리기를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노래 한 곡이 끝날만큼 달리고 있다. 어설프게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진심으로 달리기에 몰입하게 되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런데이의 우수한 훈련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짧은 후기를 보자. 런데이의 프로그램을 얼레벌레 쫓아가다 30분을 뛰어버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후기다. 




    본격적인 장거리 러너로서의 훈련 프로그램을 살펴봐도 그렇다. 30분 달리기 능력 향상 프로그램과 50분 달리기 코스 두 프로그램의 장점은 인터벌 트레이닝을 통해 페이스를 효율적으로 끌어올려주는 데 있다. 


    특히 10km 완주를 위해 훈련하는 데 50분 달리기 코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인터벌 트레이닝과 가속 훈련이 포함되어있는 이 훈련 프로그램은 30분을 시작으로 한 주에 5분씩 거리를 늘려간다. 

    


   

   사람 죽이려고 하나?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인터벌 트레이닝과 가속 훈련을 빼먹지 않고 모두 완료했던 이유는 이미 런데이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이고, 할 때마다 늘어가는 기록이 바로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늘어가는 거리와 단축되어가는 페이스. 런데이가 제안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따를 수밖에 없고, 러닝 자체에 몰입하게 만든다. 많은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가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지만, 신체적인 변화를 노력한 만큼 바로바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이 같은 서비스를 자주 보진 못했다. 




    런데이의 또 하나의 장점은 한국어로 된 보이스 코치가 달리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나이키 런 클럽이나 가민, 혹은 다른 러닝 모바일 서비스들을 사용했을 때, 주로 달려온 거리, 러닝 페이스, 남은 거리 같은 측정 정보를 알려준다. 음성으로 안내되는 자동차 계기판 같다. 


    런데이의 차별점은 진짜 사람이 옆에서 같이 달리는 기분이 들게끔 해준다는 점이다. 긴 달리기를 할 때면, 달리기와 관련한 일반 상식들에 대해서 친절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적절한 신발을 고르는 법부터 달리기 후에 섭취하면 좋은 음식 같은 주제였다. 성가시다고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 말에 집중하다 보면 달리기가 꽤 빨리 끝나는 기분이 든다. 


    코어 근육이 남달리 부족하다 보니 힘들수록 허리가 숙여진다. 겸손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허리 건강에 최악일뿐더러 호흡이 부족해 더욱 러닝이 힘들어지는 나쁜 자세다. 그때마다 어떻게 알고 '허리를 곧게 피고 달리세요!'라는 음성 가이드가 나온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멘트들도 남은 달리기가 까마득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에 잘 배치되어있다. 러닝을 해보지 않고선 기획할 수 없었겠다 싶은 섬세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처음 들었을 땐 지나치게 과장한다고 생각했던 보이스 코치의 응원도 점점 힘이 됐다. '대단합니다!' 거나 '정말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마지막까지 쥐어짜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가속할 땐 '러어어어어언!!!' 하고 소리쳐준다. 정말 옆에서 큰소리로 외치는 것 같이 목소리가 갈라져있어서 헉헉 거리는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다. 너무 괴롭다는 생각이 지배한 머릿속을 단숨에 비우고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쥐어짜 최고 속도로 달렸다. 


    잠시 후, 위대한 러너의 마지막 트레이닝이 종료됩니다!


    런데이의 코스를 완주한 많은 유저들의 마음속에 지문처럼 남긴 멘트는 다시 봐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사실 러닝 할 때 가장 필요한 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내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도 한 발 짝 더 나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엔 작은 의지의 차이 밖엔 없다. 포기하고 싶은 나약한 마음을 잘 파악하고 북돋아주면서, 운동으로 삶 전체에 자신감을 가지게 만드는 정서적인 지지가 가득한 보이스 코칭이었다. 




    어쩌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 몇 명 친구를 맺었다. 어느 날 달리기를 하는데 갑자기 음악 소리가 멈추더니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박수 소리) 웅엉ㄹ웅얼 sent chear up' 


    러닝이 끝나고 이 정체 모를 소리를 찾아 앱을 뒤지다 보니, 친구가 달리는 중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이스터에그 인가? 싶을 정도로 숨겨진 기능 같았고, 굳이 남의 응원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지극히 사고 위주 인간인 점, 또 음질이 너무나 이상했다는 부분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울리는 박수소리가 어쩐지 응원이 됐다. 누군가 내가 '현재'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고, 응원하는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는 점이 그 형편없는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좀 더 힘을 내게 해주었다. 귀가 아프기까지 한 박수 소리나 몹시 어색하게 들리는 AI 보이스는 개선에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지켜봐 주고 있다는 위로가 온라인으로 전달되는 방식 치고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친구가 달리고 있다는 알람이 오면 이젠 바로 박수를 보낸다. 이름도 얼굴도 전혀 모르는 나도 당신의 노력을 알고 있다. 바람을 가르며 즐겁고 안전하게 달리시라. 그런 마음을 담는다. 

    



    단점에 대해서도 몇 가지 적어볼까 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UI 구성이랄지, 점점 러닝 콘텐츠보다는 광고나 협찬 챌린지에 힘을 쏟는 기분이라 아쉽다는 점, 그러다 보니 50분 달리기가 끝나고는 더 이상 런데이를 쓸 이유가 없어진다는 점 등등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모든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달리기 잼병 인간을 러닝 트랙 앞으로 끌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지점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건강한 음식(ex. 브로콜리)을 선택할 때 인지적 통제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된다. (관련 논문) 건강한 선택을 하기 위해선 더 큰 인지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이고, 말로만 '건강 타령'을 하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결과다. 건강 관리를 위한 수~많은 서비스의 실패에도 같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킷캣과 모바일 속 킷캣들을 지나쳐서 유저가 브로콜리를 선택하도록 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결국 런데이는 브로콜리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달릴 수 있는 시간, 거리, 또는 페이스와 같은 정량적인 결과로 성과를 바로 측정할 수 있는 '러닝'이라는 아이템의 장점과 '러닝은 한 번쯤 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과 같이 넓은 타깃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쉬운 프로그램이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때론 킷캣을 까먹는 것보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더 달콤했고, 늘어가는 체력을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이 짜릿했다. 브로콜리를 킷캣처럼 보이게 하는 게 아니고, 브로콜리의 매력 자체로 승부한 결과가 런데이의 성공을 이끈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에 직장 동료가 러닝을 시작해보고 싶다고 해서 이와 같은 이유로 런데이를 추천해주었다. 


러닝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 또 없나요? 




표지 사진 출처 : Photo by Andrea Piacquadio: https://www.pexels.com/photo/man-in-white-crew-neck-t-shirt-running-3799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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