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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겨버킷 May 21. 2024

보석들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아하게 나이들기 위해 쓴다.

"엄마, 이 나무의 이름은 두손 모아야."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나는 매일 아이와 손잡고 등교길을 함께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조잘거리는 우리 아이의 입.

이야기가 끊이지않는 아침 등교길.


아이와 두손 꼭 잡고 아파트 단지를 관찰하며 눈에 보이는 것들에게 

이름을 하나씩 지어주었다.

맑은 하늘, 따스한햇살, 조잘조잘 말소리는 점점 나에게 행복이었다. 


화려하고 싶었고, 주목 받고 싶었던 나는 조금씩 소소한행복을 배우고 있었다.

화려함 속 빛이나는 내가 되고 싶었지만,

늘어진 무릎나온 바지, 현관에 보이는 대로 신고나온 슬리퍼 

꽉 잡아 올려 묶은 머리, 세수만 급하게 하고 나온 얼굴 

화려함은 찾아 볼 수 없던 현실 속 나의 일상이 싫었다.


점점 더 우아하게 나를 바꾸고 싶었다.

남들의 시선에 보여지는 내 모습을 더 만들어내기 바빴다. 

자랑하고 과시하고 싶은 행동과 마음들이 나를 점점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나의 부족함을 감추기위해 안간힘을 쓰며  

타인의 시선에 나를 맞추기 시작하면서 나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그들의 생각에 휘둘리며 점점 더 나의 본모습을 잃고 있었다.

내가 부끄럽고 초라하다.

그 감정을 느낀 순간부터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나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결국 나는 밖으로 상처가 나오기 시작했다. 

몸이 망가지고 건강이 이상신호를 보냈다. 


 “너는 잘하고 있어. 이 모든 노력들이 모여 지금의 너를 만들었어.” 

나는 왜 이런 말조차 내게 해주지못했던 걸까? 


모든것이 바닥으로 내려간 순간 

비로소 조용하고, 작고, 소소한 것이 눈에 들어 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의 가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끊이지 않던 아이와의 등교길.

집안일을 끝내고 마시는 커피 한 잔.

아이들과 잠들기 전까지 나누는 이야기들.

주말이면 맛있는 가족 같이 맛있는 것 찾아다니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남편과 같이 보며 

아이들이 잠들면 둘이 마시는 맥주 한잔.


나만의 소중한 보석들에게 시선을 돌리기시작했다. 

삶에서 발견한 작은 것들이 모여 

나를 더 우아하게,

더 꿈꾸게, 

더 행복하게 만들기시작한다는 것을 온 몸에 생채기를 내고나니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진짜 우아하게 나이들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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