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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법모자 김시인 Feb 28. 2024

쉼터@놀이터 30

회색도시


회색도시


시간을 팔고 있는

모모의 난전 곁에

웃음을 파는 이가

슬그머니 앉았다

귀퉁이, 낡은 서책에는

웃음의 효용 적혀있다


잔웃음 함박웃음

반웃음 호걸웃음

구경꾼 몰려들어

이것저것 들춰보지만

엊그제, 표정을 읽을 줄 아는

마지막 한 명이 죽었다


구경꾼 너머너머

한 사내가 걸어온다

개시의 희망이

그 걸음 뒤쫓는다

난전의, 웃음이 팔리길

기도들이 일어선다




그 옛날 9시 뉴스는 세상을 읽는 통로였다. 오늘날엔 9시에 텔레비전 앞에 앉지 않아도 뉴스들은 넘쳐난다. 세상은 소리들은 불안과 불만의 아우성이다.


그런 뉴스에 멀미가 난 어느 날 문득, 세상에 웃음이 사라져 버리면 어쩌나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웃음이 난전에서나 겨우 팔리는 퇴색된 단어가 되면 어쩌나.


감정도 없고 온기도 없는 회색도시, 그래도 구경꾼 너머너머의 저 사내에게 웃음이 팔리길. 그래서 그 회색도시에 다시 화색이 돌길.


희망한다.




사과나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최대치의 열매를

마지막 죽는 그 해 가지마다 매달아

가지가 죽죽 찢어진대

전부 주고 떠난대


유튜브 숏츠 영상에 붙들린 그날부터

나무의 안간힘이 불쑥불쑥 찾아와서

잇속을 따진 사랑에

혀를 끌끌 차더라


주고받는 셈법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

안간힘을 그렇게  그렇게 썼는데

그 나무 환생하려나 봐

얌치없는 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떠나는 사과나무의 마지막 생애가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살면서 절대 놓지 말아야 할 단어가 사랑인 줄 알면서, 그 아름다운 단어를 두고도 잇속을 따진다. 저 나무처럼 사랑하고 싶다. 주고도 셈하지 않고 돌아오지 않아도 초연한. 내 안에서 이미 가득 차 충만한 사랑.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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