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cellation "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카운터에서 들은 소식은...
“오늘 영국 못 갑니다.”
화가 난 사람들이 직원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시작부터 위기, 비행기 결항
며칠 전부터 시차에 적응하겠다고 밤낮을 바꿔가며 생활했다. 드디어 출국 당일, Big day가 찾아왔다!
2019년 1월 6일, 인천에서 로마를 거쳐 런던으로 향하는 여정이었다. 밤새 잠 한숨 못 자 비몽사몽 상태였지만, 가족의 도움으로 무거운 짐을 싣고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 준비를 마쳤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이제 체크인하고, 환전하고, 면세품 찾고 잠이나 잘 생각으로 여유롭게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첫 위기가 닥쳤다. 내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 것이다.
“어???? 비행기가 취소됐다고?” 태어나서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카운터로 오라는 안내받아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들은 소식은... “오늘 영국 못 갑니다.” 이미 화가 난 승객들이 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고, 성수기라 런던행 비행기 자리도 아예 없다는 말에 당혹스러웠다. 다행히 항공사에서 인천공항 근처 호텔과 식사권을 제공해 준다고 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위안이 됐다.
이렇게 해서 원래 비행기 출발 시간인 오전 10시 45분에 우리는 공항 근처 호텔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긴장 속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잤던 터라 모든 걸 잊고 빨리 잠부터 자고 싶었다. 홈대디에게 약속보다 하루 늦게 도착하는 상황을 설명하니, 괜찮다며 친절하게도 보상 청구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그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숙소에서 푹 자고 개운한 상태로 다시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인생 첫 유럽여행,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그런데, 두 번째 위기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환승 문제였다. 아시아나 항공에서 로마까지는 체크인됐지만, 로마에서 영국항공으로 환승할 때 다시 체크인을 해야 했다. 가뜩이나 처음 해보는 환승이라 더욱 긴장하던 찰나, 지상 승무원이 말했다. "게다가 환승 시간이 1시간 반밖에 안 돼서 시간이 촉박할 수 있어요, 뛰셔야 해요."
"네...???"
예상 밖의 은인 등장
다행히도 나와 같은 일정으로 영국으로 돌아가던 한 유학생이 은인처럼 나타났다. 유창한 영어로 환승 과정을 도와준 덕분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승을 위해 체크인 카운터에서 영어질문을 받으면서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너 왜 시작 날짜에 안 왔어?"
(임시비자라 제한 기간 내에 출국해야 하는 시스템)
"나 그때 일해야 해서 좀 늦게 출국하는 거야"
"잡은 구했어?"
"응 오페어 알아? 베이비시터!"
(주소 보더니 도장 찍어주면서)
"너 BRP (정식비자) 받으러 가야 해 알지?"
무사히 체크인도 마치고 그 은인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환승비행기 게이트번호가 전광판에 뜨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영국워킹홀리데이로 가는 거고 영어도 잘 못하고 유럽이 아예 처음이라 너무 긴장된다고 얘기했더니 생활하다가 궁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연락처를 알려줬다. 내 눈에는 그분이 천사처럼 보였다.
드디어 런던 도착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하자 홈대디가 늦은 밤임에도 공항까지 픽업하러 와주었다. 그는 말레이시아계 호주인으로, 키가 크고 덩치도 커서 첫인상부터 듬직했다. 이제 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될 생각에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차 안에서 런던의 풍경을 바라보니, 내 최애 영국드라마 <셜록 홈즈>, 최애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보던 그곳에 내가 있다는 실감이 서서히 다가왔다.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집, 장거리 비행과 시차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자 홈맘이 반가움을 표현함과 동시에 다급한 톤으로 집을 안내해 주었다. 홈대디는 “피곤할 테니 우선은 방에 가서 쉬라”고 배려해 주었다.
내 방은 2층에 위치해 있었고, 아늑하고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피곤함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져 기절하듯 잠들었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내 인생 첫 유럽 출국 여정은 끝이 났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와 설렘을 안고, 나는 런던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