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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랑몰리 Apr 08. 2022

준비됐나요~?

Hey, Judo-Girl > 유도의 준비운동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준비운동'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 몸은 항상 운동할 준비가 되어있었으니까! 집에서 누워있다가 아무런 준비운동 없이 냅다 러닝을 해도 문제가 없었고, 주짓수를 할 때에는 퇴근 버스에 쭈그려 앉아있다가 도장에 도착해서 도복으로 갈아입자마자 바로 스파링(1:1 겨루기 정도로 생각하자)을 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운동을 하기에 앞서, 운동을 위한 준비운동이 필요했다(아마..  20대 후반부터?). 마치 물에 들어갈 때, 찬찬히 몸에 물을 적시면서 "나 이제 물에 들어갈 거야"라고 몸에게 말해주는 것처럼. 몸에게 "이제 운동을 시작할 거야"라고 말해줘야 했다.


"몸아, 나 이제 운동 시작할게."



슬프게도, 나이가 들수록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이미 머리는 운동 준비를 마치고 시뮬레이션까지 돌리고 있는데. 몸의 근육들은 자기들 멋대로 웅크려있다. 나이가 들수록 내 주장만 강해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안 듣게 되는.. 그런 모습이 내 근육들에게서도 자주 보인다.  


그런 근육들의 마음을 바꿀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냥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근육들에게 말해줘야 한다.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쫙쫙 늘려주고 관절들을 풀어주면서 확성기로 알려주는 것이다. 모든 세포들이 집중하고 들을 수 있도록.


"나 이제 운동 시작할 거야. 다들 적당히 긴장들 하자. 그래야 안 다친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10대라면 준비 운동에 진심을 다하지 않아도 괜찮다. 10대는 세포들 간의 소통이 매우 원활하여, 운동을 시작하면서 근육과 관절들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그들은 준비되어 있다, 항상. 하지만 만약 당신이 30대라면, 우린 진심을 다해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20대여도 일상의 활동량이 적은 사람이라면 진심을 다하자).  


가만히 보면  근육들은 자신의 루틴이 따로 있는  같다. 보통 5시 20분쯤에 이른 저녁을 먹고 "잠시" 쉬기 위해 앉아있으면, 근육들은  "오랜" 쉼을 누릴 채비를 한다.  근육들의 루틴은 "저녁을 먹었다는  == 오랜 쉼과 함께 취침"  같다. 근육들이 그렇게 오랜 쉼을 누리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이후부턴 노곤노곤 잠이 오기 시작하고, 8시에 가야 할 운동은 미치게 가기 싫어진다(만약 내가 홈트를 했다면  운동을 빼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유도 짝꿍과 운동 스케줄을 같이하기 때문에 유도는 빼먹을  없다).


예전에 홈트를 잠시 한 적이 있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운동이 너무 하기 싫은데 살은 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의 심정으로 진짜로 울면서 운동을 한 적도 있다. 그때 날 울게 한 것도 근육들이 운동을 안 하겠다고 고집부렸기 때문이다(책임 전가하기).


대부분의 운동이 그렇지만, 유도 역시 제대로 준비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부상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때문에 유도를 하기 전에 몸을 예열하기 위한 준비운동이 꽤나 고된 편이다. 그래서 처음 유도를 한 날, 난 준비운동만 하고 나자빠져 버렸다..


체육관마다 다르겠지만 그날은 처음엔 체육관을 30바퀴를 돌고, (7시 타임의 수업을 갔었던 터라, 초등학생도 몇 명 있었는데) 초등학생 친구들을 둘러메고 왕복 달리기를 하고, 2인 1조가 되어 나와 체급이 비슷한 상대를 업고 달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인간 뜀틀을 릴레이로 하는 등... 생각보다 너무 힘든 준비운동에 첫날 유도를 끝내고는 집으로 갈 체력마저 없는, 부침개가 된 나를 언니가 태우러 왔었다(이날 남동생도 유도를 시작했는데 그도 마찬가지의 상태였다. 나는 벌건 김치부침개, 남동생은 허옇게 질린 파전).

(몸을 예열시키기 위한 유도 준비운동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다루겠다.)


결국 이 글의 중요한 요지는, "준비를 제대로 하자"다. 하다못해 기계도 고장 내지 않으려면, 작동 전에 예열의 시간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체온이 올라와있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에 준비운동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몸을 위한 준비운동을 하면서, 마음 역시 단단히 준비하며, 그날의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다.  


모든 세포들, 준비됐나요~?

"Hey, Jud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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