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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랑몰리 Apr 11. 2022

낙법도 법이다!

Hey, Judo-Girl> 낙법을 배우는 이유

낙법이란, '유도(柔道)에서의 메치기로 나가떨어지거나 갑자기 넘어지게 되는 경우에 아무런 부상 없이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네이버 사전에 나와있다. 여기서 핵심은 "아무런 부상 없이"다. 


어떤 운동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넘어지게 되는 상황에서 부상이 없게 만들어주는 '낙법'은 유도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기다. 그래서 유도를 배울 때는 가장 먼저 낙법부터 배운다(주짓수를 하다 온 나는, 당연히 낙법을 할 줄 알거라 생각하셔서 관장님이 첫날부터 나를 메치고 업어치고 넘어뜨리며 대련을 시키셨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주짓수를 했지만 나는 낙법을 할 줄 몰랐다..). 


어쨌든 낙법을 할 줄 모를 때는 낙법 하면 안 아픈 줄 알았다. 바닥에 떨어질 때 낙법을 하면 소리만 크고 몸은 안 아프다고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낙법은 아팠다... 


"읭? 낙법 하면 안 아픈 거 아니었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에요. 낙법 해도 아파요.."


내가 낙법을 잘못해서 나만 아픈 건가 싶어, 유도장의 친구에게 물어봤다. 

"낙법 하면 안 아파요?"

"아파요." 

유도장의 다른 친구들에게 물었고 난 한결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아파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낙법을 해도 아프다면 왜 우리는 낙법을 배워야 할까? 그리고 잘 메치려고 배우는 유도인데 왜 가장 먼저 낙법부터 배우는 걸까? 


먼저 낙법을 해도 아픈데 굳이 낙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부상당하지 않기 위함"이다. 아프다의 감정을 뛰어넘어, 부상을 막기 위함인 것이다. 낙법은 측방 낙법, 전방 낙법, 후방 낙법 등 다양하게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머리를 보호하고, 척추를 보호하며, 떨어질 때 관절들이 꺾이면서 발생하는 큰 부상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니 단순히 피부와 바닥의 충돌로 인한 일시적인 통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물론 관장님은 제대로 낙법 하면 이 일시적인 통증마저도 없다고 했는데 솔직히 아직까지 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사실 낙법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한 적이 많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에 크게 느꼈던 일이 있었다. 낙법의 위대함을 경험했던 곳은 유도장이 아니라 집이었는데, 집에서 미끄러져 "쿵"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나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근데 진짜 신기했던 건 나도 모르게 낙법을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손목으로 바닥을 짚거나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팔 쪽으로 눕듯이 엎어졌고 머리에도 충격 없이 소리에 비해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낙법부터 배우는 두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잘 메쳐지기 위해 낙법을 배운다. 잘 메치기 위해 배우는 유도지만, 먼저는 잘 메쳐져야 한다. 왜냐하면 유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메치기를 당하는 것을 겁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겁을 먹고 있다면 나의 마음을 가장 먼저 알아차릴 사람은 바로 상대다. 그래서 싸움에선 내가 겁먹은 것을 상대가 알아차리게 하면 절대 안 된다. 때문에 제대로 유도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려면 메쳐지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낙법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유도를 처음 하다 보면 메치는 기술보다 낙법을 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빈도수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특히 유도를 처음 배울 때에는 더더욱. 빈도수가 높은 것부터 제대로 마스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낙법부터 배우는 거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낙법이 두렵다. 승급심사를 할 때 점프 후방, 점프 전방 낙법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내 온몸이 거부를 해서 아주 혼났다. 머리로는 "괜찮다, 할 수 있다!"라고 하지만 몸은 말했다. "아니야, 하지마. 아플 거야. 그냥도 아픈데 점프까지 하면 더 아플 거야.." 그래서 점프를 하고 낙법을 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점프만 하고 다시 고대로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머리보다 몸의 말을 더 잘 듣는 편인 나는 낙법을 하면서 다시 쭈다리가 되어 있었다. 쭈다리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낙법의 빈도수를 높여,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측방 낙법, 후방 낙법, 전방 낙법 등 이것저것 해보면서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하지만 말뿐. 여전히 나는 쭈다리다..).


한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낙법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상대를 메칠 때, 전방 낙법의 방향으로 상대를 메치면 훨씬 힘을 덜 들이고 메칠 수 있다. 결국 낙법이 유도의 시작이란 소리다. 이렇게까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했는데도 아직 낙법의 필요성이 실감 나지 않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유도를 배우려면 유도의 법을 따라야 하니까! 유도의 법은 "낙법은 기본이다!"


그러니까, 

"낙법도 법이다."


"Hey, Jud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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