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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랑몰리 Apr 25. 2022

생각보다 어려운, 그래서 포기하는.

Hey, Judo-Girl > 이것 저것,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처음 작성했던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유도가 너무 배우고 싶은데 집 근처에는 유도 체육관이 없어서 그 대신 주짓수 체육관을 잠시 다녔다. 사실 유도만큼이나 주짓수도 배우고 싶었던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주짓수 체육관에 등록을 했다. 


내가 다녔던 주짓수 체육관은 MMA도 같이 했던 곳이라, MMA도 배웠다(지금은 유도와 함께 필라테스를 배운다_TMI 방출). MMA가 뭔지 모를 수 있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MMA란 Mixed Martial Arts의 약자로 쉽게 말하면 종합격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도, 주짓수처럼 하나의 무술이라고 보기보단 손과 발을 종합하여 쓰는, 다양한 기술을 혼합하여 쓰는 격투기 정도로 나는 이해했다(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때론 정확함보다는 단순함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렇게만 이해하기로 했다). 

MMA 아이템들(글러브, 붕대)과 주짓수 띠

사실 MMA를 처음 할 때만 해도, 옛날에 복싱을 잠깐 배운 적이 있어서 MMA도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나랑 맞는 운동이 뭔지 궁금해서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해보았다. 오래는 아니고 잠깐씩만..)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복싱과 MMA는 기본자세부터 달랐다. 복싱은 손만 쓰기 때문에 양손으로 얼굴을 전부 방어하기 위해 상체를 약간 웅크리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MMA는 발도 쓰고, 태클을 사용하여 상대를 눕힐 수도 있어서 그 모든 것을 방어하기 위해 기본 자세부터가 복싱과는 달랐다. 뭐랄까, MMA의 기본자세는 더 반듯하게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 그래서 거북목을 보유하고 있는 내가 하기엔 오히려 MMA의 자세가  어렵게 느껴졌다(끝내 MMA는 나에게 쉽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배우고 싶다. 물론, 유도를 좀 더 하고서..). 


주짓수 도복1 - 주짓떼라 도복

MMA뿐만 아니라 주짓수를 처음 할 때도 어려웠다. 앞에서 그날 배울 기술을 코치님과 관장님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면 바로 따라 하는 방식으로 주짓수를 배웠는데, 시범을 볼 때는 쉬워 보여서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내가 따라 하려고 하면, 그다음 동작이 뭐였지? 오른손이었나? 왼손이었나?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고 백지상태가 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내가 자주 활용하는 나만의 기술이 생겼을 땐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 마저도 시간이 점점 흐르다 보니, 주로 활용하는 기술이 나의 유일한 기술이 되었다. 사실 주짓수도 그렇고, 유도도 그렇고, 상대가 어떤 자세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다르고, 상대의 신체 조건 및 상황에 따라 활용하기에 적합한 기술이 따로 있다. 그런데 나만의 주기술이 생긴 후부터는 상대가 어떤 자세로 들어오든 상관없이 나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만 사용했고, 맞지 않은 자세에서도 무리하게 그 기술을 사용하다 보니 결국 내 주짓수 실력은 점점 퇴화하기 시작했다(이 경우 부상도 종종 생겼다). 그리고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가 느끼니, 자신감은 보다 빠른 속도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짓수 도복2 - 불테리어 도복

운동에서 자신감이 떨어지면(사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지만)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런 시기가 내게도 왔고, 그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주짓수를 하며 실력을 다시 키우고도 싶었지만 그때쯤 일이 갑자기 바빠져 한동안 주짓수를 하지 못했다. 일이 바빠 지친 상태로 집에 오면, 간단한 운동조차 할 에너지가 없었고 그렇게 몸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로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몸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렇게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난 후, 주짓수 체육관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6개월 전보다 더 큰 무기력을 경험했다. 그리고 난 결국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주짓수를 잠시 그만두고 유도를 시작했다. 



대충 눈치를 챘겠지만, 난 MMA도 주짓수도, 그렇다고 지금의 유도도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은 나를 간혹 슬럼프에 빠지게 한다. 뭐 하나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했다는 이 패배감(?)은 다른 것도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건 비단 운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린 살면서 가끔 이것저것 호기심에 이끌려 시작을 하고, 어떠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혹은 부득이한 상황에 맞물려 그것을 그만두곤 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그 경험들은 더 빠른 포기를 조장하고, 내 자신감을 갉아먹는다. 


그렇다고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할 것도, 난 원래 그런 사람인 것 같다고 자기 연민에 빠질 것도 없다. 난 MMA도 주짓수도 유도도, 지금은 뭐 하나 제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그것들을 끊임없이 즐기고는 있다. 그리고 유도를 시작하고 나서는 확실히 주짓수나 MMA를 하는 횟수는 줄었지만, 그래도 내가 유도를 열심히 하는 연장선엔 결국 "주짓수와 MMA 실력도 키우기"란 목표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 


만약, 지금 계속되는 포기로 인해 자신감이 많이 결여된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지금 시작한 것을 열심히 즐기라고. 그러면 언젠가는 분명 꾸준하게 하고 싶은 게 생길 것이고, 만약 생기지 않는다 해도 그간 조금씩 배워왔던 것들이 아예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다 못해 어색한 상사와 단 둘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색함을 해소할 수 있는 대화의 주제로라도 그 시간들이 활용될 거라고.


그러니 당신이 해 온 얕은 시도들을 무시하지 말자.

그리고 본인의 끈기도 절대 무시하지 말자. 언제고 그 끈기가 제대로 발동되는 날은 올 것이다. 


"Hey, Jud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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